EU도 철강 긴급수입제한, 업계 '비상'

  • 송고 2018.07.19 11:09
  • 수정 2018.07.19 11:09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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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3년간 평균 수입물량 무관세…"당장 영향 작지만"

매년 대EU 수출량 증가세로 수출 다변화 전략 제동 우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철강협회 사무실에서 문승욱 산업혁신성장실장 주재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14개 철강사, 철강협회와 회의를 진행했다.ⓒ한국철강협회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철강협회 사무실에서 문승욱 산업혁신성장실장 주재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14개 철강사, 철강협회와 회의를 진행했다.ⓒ한국철강협회

유럽연합(EU)이 19일부터 철강 제품에 대한 긴급 수입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 세이프가드는 관세를 인상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일종의 무역 장벽이다. 연간 3조원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철강업계와 민관 대책회의를 열어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지만 미국의 관세폭탄에 이은 악재로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송파구 한국철강협회 사무실에서 문승욱 산업혁신성장실장 주재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14개 철강사, 철강협회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이민철 철강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도한의 포스코 무역통상그룹장(상무), 김경석 현대제철 마케팅사업부장(상무) 등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말부터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철강이 EU 역내시장으로 유입돼 국내 산업에 피해를 미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 조사를 벌여왔다. 이후 지난 5일 28개국 중 25개국의 찬성으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결정했다.

EU 집행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EU는 최근 3년(2015~2017년) 평균 수입물량의 100% 물량까지는 무관세,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처럼 국가별 수출 쿼터(할당)가 아닌 글로벌 쿼터를 적용했다. 무관세로 수출하는 물량을 국가별로 배정한 게 아니라 전체 물량만 정하고 물량을 소진하면 그때부터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잠정조치가 적용된 23개 철강 품목의 총 쿼터 물량은 1513만t이다. 국가별로 할당된 물량이 없다 보니 특정 국가의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면 다른 국가는 수출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잠정조치는 세이프가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최장 200일까지 유지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최종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EU마저 무역장벽을 높이자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여파가 EU, 중국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수출 환경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매출에서 EU 수출액 비중은 한자리 수에 불과하지만 3년 치 물량이 보전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향후 EU가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국내외 철강 시황과 수출 여건 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고 담담한 입장을 전했다. 동국제강과 세아그룹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EU 수출 비중이 2~4% 수준으로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23개 품목에는 열연·냉연강판, 도금칼라, 봉·형강 등(스테인리스 후판 등 5개 품목은 제외)이 포함됐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EU는 한국의 4위 철강 수출 대상국으로 2014년 180만t, 2015년 245만t, 2016년 312만t, 지난해 330만t(29억달러, 약 3조2800억원)을 수출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190만t으로 EU로의 수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철강업계는 수출 물량 감소뿐만 아니라 보호무역 확산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다른 나라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규제 조치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출 다변화를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또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 침체로 내수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닌 상황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철강산업의 수출 침체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이어지고 연관된 수요산업의 장기적 침체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EU의 세이프가드 조사는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오는 9월 12~14일 공청회를 거쳐 연말께 최종 조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외교부는 9월로 예정된 EU 조사당국 주관 공청회에서 관계부처 및 철강업계와 협력해 공동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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