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테마②]보물선 인양한다는 신일그룹, 보증금 납부부터…

  • 송고 2018.07.22 00:01
  • 수정 2018.07.22 14:57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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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굴 승인 받지 못해…2000년 인양 나섰던 동아건설 소유권 주장도

“2차 기자회견과 함께 인양 추진” 강조하며 가상화폐 고객유치 적극 나서

ⓒ픽사베이

ⓒ픽사베이

100여년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신일그룹이 인양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정부 승인절차를 미루고 있다.

‘돈스코이’호 인양작업 자체에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선박에 실려있다고 주장하는 당시 러시아 군자금 규모도 엇갈리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감보다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신일그룹은 보물선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i)’호의 인양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울릉도 앞바다 수심 400여m 지점에 가라앉아 있는 ‘돈스코이’호의 사진이라며 선체 일부 모습을 공개한 신일그룹은 오는 25~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과 동영상을 추가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으로 지난 1905년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후퇴하는 과정에서 침몰됐으며 침몰 당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화를 싣고 있었다는 소문이 전설처럼 이어져왔다.

국내에선 지난 1981년 도진실업이 매장물 발굴허가를 얻어 탐사를 시도했으나 기술적인 한계로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 외환위기로 자금유동성 문제에 시달리던 동아건설이 지난 1999년 발굴허가를 받아 울릉도 저동항 앞바다 인근 탐사에 나섰으며 2000년 12월 보물선 실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동아건설 주가가 무려 17일에 걸쳐 상한가 행진을 기록했으나 부도를 맞으며 인양에 나서지 못했다.

동아건설에 이어 18년만에 신일그룹이 다시 ‘돈스코이’호 인양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으나 그룹의 실체부터 소유권, 선박에 실려있다는 금화의 규모 등에 대한 논란과 의혹은 커지고 있다.

그룹 홈페이지(www.shinilgroup.net)와 가상화폐거래소(www.donskoi.kr)를 개설한 신일그룹은 지난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이 모태라는 주장이나 신일그룹 설립일은 올해 6월 1일로 연결고리에 대한 의심이 불거지고 있다.

‘돈스코이’호 인양을 앞세워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화폐까지 발행한 신일그룹의 가상화폐거래소 홈페이지에는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라는 문구와 함께 신일건업의 아파트 브랜드인 유토빌(UTOVILL) 로고를 표시해 신일건업을 이어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장물 위치 도면 및 작업계획서, 인양소요경비에 대한 이행보증보험증권 또는 재정보증서, 발굴보증금 등을 관할기관에 제출해 발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일그룹 주장대로 150조원 규모의 매장물이라면 10%에 해당하는 15조원을 발굴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신일그룹 홈페이지

ⓒ신일그룹 홈페이지

이와 같은 규정이 알려지면서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의 가치를 150조원에서 12억원으로 낮췄다.

보증금에 부담을 느낀 신일그룹이 6200t급 순양함인 ‘돈스코이’호의 고철가격만을 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나 신일그룹은 12억원의 10%인 1억2000만원의 보증금과 함께 다수의 구비서류를 갖추지 않아 발굴 승인기관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신청서류의 보완을 요구했다.

‘돈스코이’호 인양 추진 소식에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동아건설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보물선’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동아건설 측은 ‘돈스코이’호 발견 당시 국제법에서 정하고 있는 100년의 기간이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스코이’호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발굴 승인을 얻어 최초로 발견한 것이 동아건설인 만큼 ‘돈스코이’호의 소유권은 동아건설에 있으며 신일그룹은 선박을 인양하더라도 협의 없이 어떤 것도 가져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일그룹은 가상화폐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보물선 돈스코이호 사업은 법과 절차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고생하시는 지사장님(20만코인), 본부장님(10만코인), 팀장님(5만), 센터장 및 자문위원님(3만코인)께 토~일요일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코인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소식과 함께 출시한 가상화폐인 신일골드코인으로 신일그룹은 보물선 발견 이슈를 이용해 적극적인 가상화폐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 도메인을 ‘donskoi’로 정한 것을 비롯해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 및 ‘세계 최초 암호화폐 실물경제 국제거래소’라는 문구를 메인화면에 표시한 신일그룹이 공지사항에 연락처로 표시한 메일주소는 다음(daum.net) 계정으로 표시돼 있는 등 아직까지 회사 메일계정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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