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부재 반년' 롯데, 비상경영 선방

  • 송고 2018.08.20 12:40
  • 수정 2018.08.20 12:38
  •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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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롯데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 실적 호조

10조원 해외 사업 차질 불가피…신사업 결정도 여전히 한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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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반년째에 접어든 롯데그룹이 총수 공백에도 불구하고 각 사업부문이 선방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그룹은 서서히 이 터널에서도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4개 사업부문(BU) 부회장단이 사업 안정화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신 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나 해외사업 등은 여전히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호텔롯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7009억원과 15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9%, 전체 영업이익은 1995%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배나 늘어나 사드보복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의 구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인천공항점 일부 매장 철수로 임대료 부담이 줄어든 것이 주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상반기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 매출도 각각 44%, 50% 증가했다. 또 해외 매출 역시 60%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이 기세를 이어 롯데면세점은 올해 해외에서만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그룹의 주요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 역시 사드 보복에서 벗어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롯데쇼핑 측은 중국 사드 영향으로 할인점 실적 부진에도 백화점과 하이마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신장하며 전반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백화점의 경우 해외패션 및 생활가전 부문과 해외점포 실적이 호조세를 나타냈으며, 롯데하이마트 역시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등 가전제품 인기와 온라인 매출 증가로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다만 할인점인 롯데마트의 경우 국내 소비경기 침체와 중국 사드 영향으로 아직까지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롯데마트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7.2% 줄었고 122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앞서 황 부회장은 지난달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미래역량 확보를 위해 핵심인재 육성에 힘써 달라"고 당부하는 등 신 회장의 공백을 대신해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그동안 사장단 회의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신 회장의 주도로 개최됐지만 올해는 신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황 부회장이 대신 회의 진행을 맡았다. 지난 5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그룹을 대표해 참석하는가 하면 3월에는 응웬 수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롯데의 베트남 현지 사업과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황 부회장이 공석인 신 회장을 대신해 정부 행사에 참석하거나 그룹 내 중요 현안을 BU장들과 점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총수 공백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롯데그룹이 미국, 중국, 유럽,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추진 중인 해외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만큼, 그간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던 신 회장의 공백을 메우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 한 관계자는 "신사업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신 회장 본인이 현장을 직접 보고 결정하는 스타일이고, 국가 단위 프로젝트는 행정 수반을 직접 만나 진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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