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부동산, 9.13대책에도 '무덤덤'

  • 송고 2018.09.17 15:57
  • 수정 2018.09.17 15:56
  • 서호원 기자 (cydas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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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양도세·대출규제 강화 등 다주택자 '원천차단'

매수 문의 '뚝'…매수·매도자 "일단 지켜보자"

강남의 한 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EBN

강남의 한 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EBN

"아직 집주인이 급매물을 내놓거나 구입하려는 매수자가 없어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네요."

정부가 9.13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강남 부동산 시장은 무덤덤한 모습이다. 연이은 대책에도 오히려 내성을 키우며 혼란을 키웠던 시장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오는 21일 예고된 공급 대책의 내용에 따라 시장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9.13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격 불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신호를 시장에 보냈지만, 공급 대책이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높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다소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숨고르기중인 매도자들은 매물의 호가를 내리지 않고 매수자들도 급매물을 찾거나 동향만 알아보는 등 소극적인 상황이라는 게 일대 중개업소들의 반응이다.

사무실에는 종부세에 대한 영향을 묻는 전화가 간혹 오지만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거나 매수 문의가 빗발치는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중개업소에서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고강도 세부담을 준 반면 1주택자의 시가 18억원 이하의 종부세 부담은 크지 않아 '똘똘한 한채'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포동 A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에게 세금 증가가 많아지는 구조로 잡히면 강남권 이외의 지역에 부동산을 처분하고 강남권에 집중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B중개업소 대표도 "고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익률 좋은 똘똘한 한 채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강남권 시장에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잠실동 C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린 급매물을 내놓지 않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일대 개발호재와 재건축 기대감에 세금 몇백만원 내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포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 인상률과 상관없이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빠지길 기다리고 있고 매도자들은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고 있다"며 "아직 이들한테는 9.13대책이 큰 걱정거리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추격매수자들을 진정시키며 단기간 관망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세제 강화와 함께 집값 급등의 근본적인 문제였던 공급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공급대책이 함께 나왔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종부세 강화와 금융규제 등을 발표하면서 시장교란의 주범으로 꼽히던 호가폭등과 불안심리에 따른 추격매수는 줄어들고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다"면서도 "장기적 대책으로 공급방안이 이번 대책에서 빠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단기간 집값 급등으로 가격 저항선이 생겼고,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추격매수자들이 들어가기 어려워졌다"면서도 "장기간 집값 안정 효과를 보려면 서울 그린벨트 해제뿐만 아니라 강남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되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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