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법인분리가 쉽지 않은 3가지 이유
비토권·총파업 제동 걸리며 GM 법인분리 가속화 전망 속
산은 자금지원 철회·노조 파업 지속·인천 부지회수 압박 ‘부담’
권녕찬 기자 (kwoness@ebn.co.kr)
2018-10-23 10:57:07
▲ ⓒ데일리안 포토

연구개발(R&D) 법인분리를 추진했다가 거센 반발에 봉착했던 한국지엠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었던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한국지엠 청문회’를 방불케했던 22일 국회 국감에서도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집중 타깃이 됐다.

특히 가장 큰 난관으로 지목됐던 ‘비토권’(거부권)과 ‘노조 총파업’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한국지엠의 법인분리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법인분리를 둘러싼 불씨는 여전하다. 한국지엠이 큰 고비는 넘겼으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 추가 자금지원 철회 압박

2대 주주인 산은이 법인분리 강행에 부정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전날 국감에서 산은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그간의 소극 대응에 대해 거센 질타를 받은 만큼 향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이동걸 회장은 지난 4월 한국지엠 정상화방안으로 합의한 출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한국지엠의 ‘10년 정착’을 조건으로 7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GM과 합의한 바 있다.

산은은 8100억원 중 절반을 지난 6월 집행했고 나머지 절반은 12월 31일까지 집행할 예정이지만 이 회장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집행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이 법인분리의 구체적 목표와 사업계획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 추진하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하고 분할을 강행할 경우 산은이 자금 집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다만 “나머지 3억7500만달러를 납부하지 않으면 (한국지엠이) 10년간 생산하겠다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된다”며 “주안점이 10년간 생산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마저 집행하고 계약을 완전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장외 강경투쟁 선언

첨예한 노사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전날 중앙노동위원회가 ‘행정 지도’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일단 총파업에는 제동이 걸렸으나 한국지엠 노조는 장외 집회 등 강경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24일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청와대 앞에서는 릴레이 노숙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카허 카젬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스티커 부착 투쟁도 진행하며 26일에는 상무집행위원과 대의원 등 240여명이 참여하는 간부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전날 국감장에 출석해 법인분리 추진과 관련 “(사측에) 다섯차례 교섭을 요청했지만 한차례도 응하지 않았다”며 “이는 노동자를 무시하는 일방통행”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노사 갈등이 계속될 경우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노사가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테이블로 나와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쌍용차 사례에서 보듯 결국 노사가 화합해 수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청라주행시험장 회수 으름장

법인분리 문제를 두고 산은 및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한국지엠의 ‘일방 추진’ 문제다. 최근 인천시도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무상임대로 제공한 청라주행시험장 부지를 회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GM 측에 제공한 주행시험장 부지 회수 등을 법률 검토하도록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며 “시민사회의 동의가 없다면 부지 회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이 산은과 노조 등의 반대를 잠재우지 못하고 파열음이 계속 생길 경우 ‘알짜배기 땅’ 이었던 청라 부지를 넘겨줘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0년 무상임대에 20년 추가임대라는 파격조건으로 사용했던 만큼 이를 회수당하고 대체 부지를 찾아야 할 경우 임대료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한국지엠이 신설법인을 청라부지에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만큼 인천시의 부지 회수가 현실화할 경우 법인분리 계획 자체가 꼬일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한국지엠은 국정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받은 상태다. 전날 정무위 국감에서 한국지엠에 대한 국정조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지엠이 그간 산은의 자료 제출 요청에 형식적으로 답변하고,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이 이에 대한 시정 의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유념하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일관하자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그간 한국지엠의 형태를 비춰볼 때 먹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서 “(한국지엠은 이 문제가) 단계적 철수 계획으로 비쳐지지 않게, 국민과 노조 및 2대 주주가 이해할 수 있게 (관련 내용을) 분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이어 “(이 사태가 계속) 이렇게 발전되면 (정무위와 함께) 산자위, 노동위 합동으로 한국지엠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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