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산업전망] 정유·화학 "기대 반 우려 반"…유가·환경 이슈

  • 송고 2018.11.16 15:23
  • 수정 2018.11.16 15:18
  •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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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공급 과잉 우려 속 PX 및 IMO 2020 효과 예상

석유화학업계, 수요 위축 및 공급 과잉…고부가 투자 필요

최근 몇 년간 초 호황기를 누렸던 정유·석유화학 시장이 올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도 시장 전망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서도 반등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내년 정유시황은 석유 수요 전망치의 하향 조정, 글로벌 정제설비 증가 등 공급 부담 요인이 발생하면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공급 대폭 증가 우려…IMO 2020 효과 기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고 경제전망이 악화됨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하루 평균 11만 배럴 낮춘 130만 배럴, 140만 배럴로 전망했다.

반면 내년부터 신규 정유설비가 완공되면서 공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신규 정유설비 규모는 2017년 하루 평균 58만 배럴, 올해 하루 평균 116만 배럴 수준으로 글로벌 수요 증가분인 하루 평균 140만 배럴을 하회했다. 하지만 내년 신규설비 규모는 하루 평균 180만배럴에 달해 수요 보다 공급이 많은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것이다.

특히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 사우디 아람코(Aramco), 중국 CNOOC 등 중동/아시아지역에서 대규모 증설분이 가동된다는 점이 국내 정유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위축된 수요와 원유의 충분한 공급량이 맞물려 국제유가도 더욱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이응주 연구원은 "석유 수요가 둔화되는 점, 유가 방향성이 하향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재고 차익이 하락하는 점, 휘발유 마진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2019년 정유 시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실시하는 환경규제는 정유업계 긍정적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규제를 시행한다.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것으로 벙커C유와 같은 고유황유 제품들은 선박연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IMO 2020에 해운사들은 현실적으로 저유황 제품 사용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2019년 2분기부터 저유황유(LSFO) 등 고부가 제품 마진은 급등하고 고유황유(HSFO)의 마진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고유황유 비중은 줄이고 탈황설비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의 황규원 연구원은 "고유황중유를 10% 정도 생산하고 있는 한국 정유사의 경우, 탈황설비 투자를 진행하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4~0.5달러 정도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올해 정유사의 비정유부문 실적을 견인한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도 내년까지 호조가 예상된다.

중국 폴리에스터 수요 증가에 힘입어 PX 3분기 기준 톤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4년 이후 최고치이며 PX 스프레드 역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호조를 보인 PX는 올해 4분기에 이어 2019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말부터 중국 증설 물량이 완공 예정돼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북미 ECC 증설 영향 시황 지속 하락

지난해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시황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중국에서의 수요가 침체된 데다 북미 ECC(에탄크래커) 증설로 인한 에틸렌 공급 증가, 원가 급등이 꼽힌다.

[지료=신한금융투자]

[지료=신한금융투자]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중국 수출 비중이 크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가공해 최종제품으로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형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수출품에 대해 고관세율을 부과함에 따라 중국 최종제품에 대해 수요가 감소하면, 한국 중간재에 대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규원 연구원은 "무역분쟁 영향으로 글로벌 GDP 성장률이 2018년 3.2%에서 2019~2020년 2.6% 수준까지 낮아지게 되면 2012년 에틸렌의 글로벌 수요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던 상황과 흡사하다"며 "2019년에도 완제품 생산업체의 보수적인 재고관리 영향으로 아시아지역 석화제품 수요성장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틸렌 신규설비의 연간 완공 규모는 2017년 540만톤에서 2018년 577만톤으로 증가한 후, 2019년에는 1100만톤을 상회할 전망이다. 2020년 증설규모는 747만톤 수준으로 2019년에 비해 줄어들지만, 증설 과잉에 따른 생산량 확대 영향권이라는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에틸렌 신규 증설 압박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는 미 ECC와 중국 대형설비가 생산을 시작하는 2019년 2~3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응주 연구원은 "2019년 2분기부터는 공급 증가 부담이 완화되고 기저효과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석유화학시황이 일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2022년 한국 에틸랜 생산능력이 2017년 대비 37% 확대되면서 한국발 공급 과잉 우려로 2021년부터 석유화학시황이 다시 재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학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전쟁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기능성, 인체적합성, 친환경적 제품 등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R&D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통해 무역장벽을 우회하거나 미국과 중국 위주의 수출시장을 제3국으로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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