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2의 삼바' 막을 수 있나

  • 송고 2018.12.06 19:24
  • 수정 2018.12.07 08:06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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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회계법인 수장들 불러 책임감 강조

명확한 기준 마련돼야…"보수적인 감사가 능사 아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절차가 마무리된 직후 윤석헌 금감원장이 회계법인 대표들과 간담회에 나선 것을 두고 회계업계에서는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회계법인들도 제재를 받았는데 금융당국이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을 비롯한 8개 회계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했다.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방침을 확정한 다음날 간담회가 열리면서 윤석헌 원장의 발언에 관심이 모아졌다.

윤 원장은 "고객이 제시한 자료만을 이용하거나 비현실적인 가정을 토대로 한 가치평가로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회계법인의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정당한 주의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업 가치평가의 신뢰성 문제가 거론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산업마다 다른 특성을 감안해야 하고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회계법인마다 달라질 수 있는 것이 가치평가인데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계업계의 책임감만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DCF(현금흐름할인법) 등을 이용해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게 되는데 가치평가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어느 회계법인이 업무를 진행하든지 획일적일 수 없다"며 "삼성바이오 사태를 봤으니 각자 알아서 조심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상 업계에서는 앞으로 더욱 더 보수적인 기준으로 업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IFRS 도입을 추진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회계업계는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신 외부감사법 정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인과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및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신 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회계업계는 이전보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치평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기업들이 지정감사인제도를 수용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앞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업계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감독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일하는 공무원들이 그대로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판단기준도 바뀌는 것 아니냐며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며 "IFRS 도입 논란과 같이 제대로 된 준비와 기준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제2·제3의 삼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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