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중간지주사 전환 속도 내나…하이닉스 지분 증가 과제

  • 송고 2018.12.07 15:28
  • 수정 2018.12.07 16:02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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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지분 30% 확보에 6조원 필요…"MNO 사업 IPO 추진"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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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발표된 SK그룹 인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하게 된 것을 두고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중간지주사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내년 중간지주사 전환 시점까지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한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내년 중간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짧은 기간 동안 다른 사람을 선임하는 것 보다는 박정호 사장이 겸직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중간지주사 전환 때까지만 겸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이번 겸직을 두고 "New ICT 산업 시너지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중간지주사 전환과의 연결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지난 6일 발표한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살펴보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밑그림으로 풀이된다.

우선 SK텔레콤은 이동통신(MNO)·미디어·보안·커머스 등 규모 있는 ICT 사업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4대 사업부 조직을 재편했다.

이어 유영상 MNO사업부장, 윤원영 SK브로드밴드 운영총괄 겸 미디어사업부장 , 최진환 ADT캡스 대표 겸 보안사업부장, 이상호 11번가 대표 겸 커머스사업부장을 새로 앉혔다.

4대 사업부는 중간지주사 아래 놓일 것으로 예상되는 SK텔레콤 MNO사업부,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와 맞닿아 있다. 유무선 통신 사업에서 4대 사업으로 다각화하며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사전 작업인 셈이다.

앞서 박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 참가해 "중간지주사를 통해 거버넌스가 잘 형성되면 자원 사용에 효율적"이라며 "SK텔레콤도 결국 소프트뱅크와 같은 종합 ICT 회사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룹의 IT파워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중간지주사 설립을 강조해왔다. 특히 박 사장은 지난 10월 19일 SK그룹 경영자 세미나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율을 상향하고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해 뉴 ICT 사업을 이동통신사업과 대등하게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지주사로 전환되면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서 투자부문(중간지주)과 사업부문(SK텔레콤)으로 물적분할한 뒤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를 소유하는 구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요건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규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그룹은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려야 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20.07% 보유하고 있다. 중간지주사로 전환되면 SK하이닉스 지분을 10%포인트 가량 추가로 사들여야하는데 여기에 5조~6조원이 필요하다.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성장동력으로 삼은 ICT 기반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SK텔레콤이 전환하기 위해서는 중간지주사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SK텔레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SK하이닉스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SK하이닉스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 구조의 손자회사다.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 피인수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

이로 인해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수 없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제약에서 벗어나게 된다. 자금 마련엔 IPO를 통한 특별배당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주주총회 및 규제 기관의 승인을 얻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동전화·반도체·미디어·커머스·보안 사업을 포괄하는 ICT 지주회사로 재평가되고 이 과정에서 이동전화 사업은 분할 직후 IPO를 통해 재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진행된 일련의 작업(11번가 분할 및 투자 유치, ADT캡스 인수,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SK텔레콤 경영진은 공정거래법 개정 관련 정부의 최종 스탠스를 지켜보면서 물적분할을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를 내년 초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확률적으로는 물적분할을 강행할 소지가 높다. 노이즈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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