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금융' 실천 은행, 속마음은 춥다는데

  • 송고 2018.12.10 16:01
  • 수정 2018.12.10 16:04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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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참여에 대출금리 우대도 지원하겠다" 뒤에서는 "반강제적" 불만(?)

은행권 사회공헌에 1조 지원…국민신뢰 회복 우선과제 상황 "악수 안둘 것"

지난달 28일 업무협약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유윤대 농협은행 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이민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김도진 기업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은행연합회

지난달 28일 업무협약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유윤대 농협은행 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이민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김도진 기업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은행연합회

'따뜻한 금융'을 실천한다는 은행권의 온화한 미소 뒤에 숨겨져 있는 표정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영업자 지원에 대해서 은행권 일각에서 '반강제적인 지원 사업'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최근 경기침체 및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에게 경영 컨설팅 연계 지원체계 구축과 대출금리를 우대해주겠다고 한마음으로 협약했다.

10일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8일 15개 시중은행들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및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자영업자 경영 컨설팅 연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간 약 27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율적 참여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과 더불어 은행들은 해당 자영업자들이 자금 대출 시 금리 우대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겠다면서 "상생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러난 은행들의 본심은 사뭇 달랐다. 정부의 압박으로 이득도 없는 사업에 애먼 돈을 투자하는 꼴이라는 게 은행들의 속마음이다. 상생은 온데간데없다.

업계 일각에 따르면 A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으로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전혀 없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은 협조 요청보다는 끌고 나가는 강제적 성향이 강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지자체 주도의 경영 컨설팅 프로그램의 운영비를 은행이 내달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실적 감각 없이 만들어진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으로 부작용이 우려스럽다"고 삐딱하게 말했다.

지원 협약을 주도했던 은행연합회의 설명은 다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지원은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참여를 결정하고 지원 금액을 협의·결정해 마련된 것"이며 "연장 여부도 각 은행에서 지원성과를 봐가며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지원금액이 할당되고 자동 연장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율적이든 비자율적 강제든 카메라와 협약서 앞에서는 따뜻한 금융을 표방하면서 뒤에서는 조항이 어떻고, 금액이 얼마고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앞서 드러난 은행들의 반응은 논리적 비약에 따른 일부의 오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은 매년 7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올해는 최대 실적으로 1조원이 넘는 규모를 지원할 계획인데, 지원금만 보더라도 불만을 품기에는 적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올해 역대 최대인 1조1200억원을 사회공헌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연합회 정사원인 주요 은행 총 22곳을 대상으로 은행권이 추진하는 사회공헌사업을 전수조사 한 결과 올해 은행업계의 사회공헌지원금액은 총 1조1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의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109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1074억원, 하나은행 102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각각 976억원, 850억원, 75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자영업자 경영컨설팅 연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27억원의 재원은 6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이 각 3억원씩, 나머지 9곳(SC·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이 각 1억원씩 부담하는 구조로 마련됐다.

특히 올해 불황 속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과도한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사회공헌활동 강화를 통한 이익환원으로 이미지 쇄신 중인 상황에 은행들이 앞선 반응 같은 악수를 두지 않았을 것 이란 시선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장사 비판은 물론 채용비리 논란 등에 따라 은행들이 국민신뢰 회복을 우선과제로 삼은 상황에 정부 지원사업 참여에 불만을 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다"며 "설령 그런 반응이 있더라도 아마 극히 일부의 비약적인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넘겨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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