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전 총장 "한국인 낮은 행복지수…경쟁심과 취약한 윤리 탓"

  • 송고 2019.01.17 14:30
  • 수정 2019.01.18 15:01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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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높은경제력 자부하지만 한국인의 삶은 불행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건강한정신의 도덕적선구자들이 문화적DNA·윤리의식 사회에 확산시켜야

손봉호 전 동덕여자대학교 총장은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사회의 윤리문화’를 주제로 가진 바른경제동인회 조찬강연에서

손봉호 전 동덕여자대학교 총장은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사회의 윤리문화’를 주제로 가진 바른경제동인회 조찬강연에서 "한국은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되면서 '거지에서 기부자(from beggar to donor)'가 됐지만 한국인은 행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기자



국가 경제력이 높아졌지만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턱없이 낮은 이유는 지나치게 남들과 경쟁하는 문화의식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공을 향한 한국인 간의 경쟁 강도는 높지만 우리 사회의 낮은 공정성이 한국인들의 패배감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뜨거운 교육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경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견해다.

손봉호 전 동덕여자대학교 총장은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사회의 윤리문화’를 주제로 가진 바른경제동인회 조찬강연에서 "한국은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되면서 '거지에서 기부자(from beggar to donor)'가 됐지만 한국인은 행복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 전 총장은 또 유엔이 발간하는 인간개발지수(HDI)와 미국 퓨 리서치센터 자료를 인용하면서 "한국의 HDI는 15위로 프랑스, 영국, 덴마크에 앞서지만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7점에 불과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HDI(94점)와 미국(65점), 이스라엘(75점) 과 대조적이다. 한국보다 가난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행복지수가 높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에서 2위이며, 노인 자살은 일본과 미국의 5배다. HDI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각 국가의 교육수준, 1인당 소득,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국가별 국민 삶의 질을 점수로 계량화한다. UNDP는 경제의 양적 성장이 아니라 인간존재의 향상을 '국가발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을 HDI에 담았다. 경제력에 비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상당히 낮다. 행복이 경제력에 비례하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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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불행은 무엇에서 비롯될까. 손 전 총장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가 만든 경쟁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주목했다.

손 전 총장은 "우리나라 발전과 성과에 대한 통계가 많지만 문제는 한국인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가난했을 때보다 더 불행한 사회가 됐는데 원인은 높은 경쟁심과 낮은 도덕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손 전 총장은 "특히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갖는 도덕성은 문화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단적인 예로 한국인의 갖고 있는 경쟁심의 강도는 너무 강해 모든 대상을 이겨야할 상대로 판단한다는 데에 불행이 출발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에서 1등을 하고 싶은 사람'의 비중이 OECD 평균은 52%지만, 한국의 경우 80%에 달했다는 KDI 조사를 예로 들면서 "강한 경쟁심은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장점이 되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시기 및 질투를 부르기 때문에 갈등이 심하고 불행해지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유교, 문화권 국가들이 비교적 빠른 성장을 쟁취했다는 분석이다. 유교문화권 국가에 형성된 효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강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출세를 통해 부모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효도의 극치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손 전 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문제는 낮은 도덕성으로 '페어플레이(fair play) 정신이 취약한 것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감정인 ‘억울함’의 근원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투명성 지수(Transparency index)는 세계에서 51위로, 아프리카 보츠와나(34위)보다 뒤진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20, 29위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한국의 보험사기 비율은 전체 보험시장의 13.9%로, 일본 1%에 비해 13.9배나 높다. 미국 10%, 프랑스와 캐나다는 각각 6%, 영국은 3.7%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자 입원율은 일본의 8배 수준이며 한국인의 탈세율은 26.8%에 달한다. 국가부채가 심각한 이탈리아(27%) 및 그리스(27.5)와 맞먹는 수준이다. 스위스(8.5%), 미국(8.6%)과 대조된다.

손 전 총장은 지금부터라도 한국인이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와 한국 사회의 경쟁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밈(meme·모방을 통해 습득·확산되는 문화적 DNA)'이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밈을 한국사회에 널리 퍼트려 한국인의 윤리의식과 문화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전 총장은 "생물학적 유전자와는 달리, 문화적 유전자는 창조와 개선이 가능하다"면서 "도덕적 선구자의 좋은 모범은 훌륭한 밈이 될 수 있으며 건강한 밈을 가진 사람들끼리 상호작용을 하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으로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좋은 법은 좋은 윤리를 만들고(아리스토텔레스), 교사가 윤리적이어야, 윤리적인 교육을 할 수 있으며, 국회의원 1명이 미치는 영향력은 교사 100명이 가진 힘과 맞먹는 만큼 리더와 선구자들이 먼저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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