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진家, 경영권 방어 수단 있나

  • 송고 2019.01.22 15:25
  • 수정 2019.01.22 15:33
  • 이혜미 기자 (ashley@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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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어 KCGI 한진그룹 경영권 '압박'

3월 주총서 조 회장 재선임 표 대결 가능성…우호지분 확보 관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진 일가를 향한 주주들의 경영권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첫 타깃으로 한진그룹을 지목한데 이어 지난해 지분확보를 통해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선 사모펀드 KCGI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퇴진 압박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다가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의 막이 오르면 본격적인 표 대결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한진그룹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KCGI는 지난 21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이라는 제하에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회복 등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한진칼 이사 중 경영진 추천 인사 1명과 KCGI 추천 인사 2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와 함께 적자사업에 대한 처분 검토, 회사 평판을 떨어뜨린 임원 취임 금지 등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KCGI는 "한진그룹이 세계 항공사 대비 높은 부채 비율로 인해 신용등급 강등된 상태이고 유가 상승 등 잠재된 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며 빠르게 변화는 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며 "낙후된 지배 구조로 인해 일반 주주, 채권자, 직원 더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현 경영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KCGI측은 "이번 공개 제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이들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해 주주권 확대의 길을 열었고 이를 적용할 첫 타겟으로 한진그룹을 정조준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여부와 행사 범위를 2월 초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전문위원회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증한 뒤 조 회장의 이사 연임 반대 등 주주권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주요 주주들이 주주권 참여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섬에 따라 이제 문제의 중심은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 등 현 총수 일가의 경영 퇴진 여부로 이어지고 있다. KCGI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앞세운 감시 및 견제에 나선 것은 조 회장 일가의 전횡이 그 배경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일가는 '땅콩회항'부터 '물컵갑질'에 이르기까지 재벌가 '갑질 경영'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여론이 매우 부정적인데다 조양호 회장의 횡령·배임에 대한 형사재판도 진행중이다. 계열사인 진에어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으로 국토부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KCGI는 "대주주 리스크가 그룹 전체 가치의 심각한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6월 대한항공 총수 일가 의혹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는 서한을 한진그룹에 보내는 등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3월 한진칼 주총의 표 대결 가능성은 짙어지고 있다. 현재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연금과 KCGI의 연대 가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데다 양측의 지분을 합해도 최대주주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 일가가 28.93%, KCGI가 10.71%, 국민연금이 7.3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는 KCGI와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KCGI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공적기금으로서 독자적 판단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액 주주와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합세한다면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특히 48∼58%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다.

KCGI는 '밸류 한진(valuehanjin.com)' 이라는 사이트도 신규 개설하고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KCGI 측은 "한진그룹의 성장이 둔화되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데는 그동안 주주들의 소극적인 권리행사에도 그 원인이 있다"며 "한진그룹의 주주들이 KCGI의 제안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진그룹측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우호지분 단속과 주주 설득에 나서며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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