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따리상도 발길 끊은 한산한 평일 명동거리

  • 송고 2019.01.22 16:43
  • 수정 2019.01.22 20:44
  • 이미현 기자 (mihyun052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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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체 관광객 일주일에 한번"

일본·동남아·러시아 관광객 찾아

한산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매장ⓒEBN

한산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매장ⓒEBN

“보시다시피 매장에 사람이 없어요. 지난해 보다 더 심각합니다. 보따리상도 안와요”

중국 설인 춘절 2주 남짓 찾은 18일 오후 명동중심거리는 한산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 철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과 3년 전까지 만해도 춘절을 앞두고 명동거리는 요우커들로 북적였지만 사드 보복으로 한국 방문을 제한하면서 뚝 끊긴 발걸음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분위기다.

더구나 올해부터 영업허가 취득, 세금 부담을 골자로 한 중국 전자상거래법 시행되면서 명동을 찾는 보따리상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올해 들어 명동상권을 찾는 보따리상은 한 달에 한명 정도 수준이다.

여러 화장품 브랜드숍을 돌아다녔지만 중국어는 듣기 힘들었다. 중국어 대신 일본어나 영어로 관광객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점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을 뿐이다.

에이블씨엔씨가 글로벌 재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지난해 12월 매장을 리뉴얼 오픈한 ‘미샤의 메가 스토어’는 휑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개 층 총 300 m2 규모로 미샤 메가 스토어를 열었다. 1층에는 미샤의 전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테마 별로 마련됐고 2층은 사용자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뷰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넓은 매장엔 고객 보다 점원수가 많다고 느낄 정도로 한산했고 2층 스튜디오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 앞에는 줄로 출입을 막아놔 구경할 수 없었고 불도 꺼져있었다. 미샤 점원은 “중국인 관광객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올만큼 드물다”며 “요즘은 러시아, 일본, 동남아 관광객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중국인처럼 한 번에 물건을 쓸어가는 큰 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인근 네이처리퍼블릭의 명동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네이처리퍼블릭 점원은 “보시다시피 매장에 손님이 없다. 4년 정도 일했는데 요즘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며 “2년 전 매출과 비교해도 천지차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인 손님은 물론 보따리상도 오지 않는다. 지난해 10월경부터 명동 근처에서 섰던 관광버스도 을지로입구 쪽에서 정차하면서 그나마 있던 수요도 면세점으로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명동 패션브랜드 체감도 비슷하다. JD스포츠 매장 점원은 “이전에는 보따리상들이 와서 한번에 200~300만원어치 사가거나 최대 1000만원까지 쓸어간 경우도 있었고, 하루에 30~40박스 택배물량이 나왔다”면서 “올해는 보따리상 규제 때문인지 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산한 18일(금) 오후 명동 중심거리ⓒEBN

한산한 18일(금) 오후 명동 중심거리ⓒEBN

‘큰 손’ 요우커 발걸음이 끊기고 보따리상도 찾지 않는 명동 매장들의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명동상권의 간판이던 뷰티 브랜드숍들의 매장수도 감소하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명동점은 2015년 6개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2개로 줄었다. 전국 매장수도 같은 기간 1204개에서 859개로 감소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전국 778개던 매장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680개로 줄었고, 명동매장은 8개에서 6개로 감소했다. 미샤도 지난 4년간 전국 696개 매장(2015년)에서 670개(2018년 상반기)로, 명동점은 전성기 시절 최고 6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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