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없다지만…" 불안한 대우조선

  • 송고 2019.02.01 17:12
  • 수정 2019.02.01 17:12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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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들 모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들 모습.ⓒ대우조선해양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로 인한 추가적인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같은 조선업을 영위하는 기업간 M&A인 만큼 중복되는 업무와 인력에 대한 조정을 피할 수 없어 매각 협상을 지켜보는 대우조선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동걸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되면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아래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계열사들이 수평 구조로 편제된다.

산업은행은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건에 대해 기본합의서를 체결했으며 구체적인 매각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에도 거래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삼성중공업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소인 대우조선과 조선그룹 기준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M&A가 성사된다면 전 세계에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조선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수주잔량은 1114만5000CGT(279척), 대우조선은 5844CGT(86척)를 기록했다.

세계 1·2위인 이들 조선사가 하나의 조선그룹으로 통합된다면 수주잔량은 1700만CGT(365척)에 달해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525만3000CGT·166척), 4위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518만8000CGT·61척) 등 글로벌 상위 조선사들이 넘볼 수 없는 상대가 된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도 최근 몇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왔고 충분한 일감 확보로 우수인력 유치와 고용유지에 힘써야 할 시기이므로 더이상의 인력감축 필요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상당한 수주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인위적인 인력감축 필요성은 낮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인적 구조조정이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M&A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각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이 회장의 말대로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참여 여지를 남겨둘 정도로 현대중공업과의 협상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회장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지금까지는 조선빅3가 과잉경쟁을 벌여왔으나 M&A 이후에는 조선통합법인 하에 동등한 위치를 가진 조선소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이 회장의 현실성 없는 발언은 대우조선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조선소를 옮길 수 없으므로 예정된 선박의 건조작업에 나서겠지만 영업을 비롯해 설계, 기획 등 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 M&A 이후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5년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다시 흑자로 돌아선 대우조선으로서는 선박 수주와 함께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서는 시점에서 또다시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과 마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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