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세탁기 보복관세' 길 열려…실현은 미지수

  • 송고 2019.02.11 06:00
  • 수정 2019.02.11 08:58
  •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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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연 953억원 보복관세 가능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 등 美 자극 우려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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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에 매년 약 950억원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중재 재판부는 8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8481만달러(953억원)의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양허정지는 낮추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이다. WTO는 수입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출국이 피해를 본만큼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앞서 한국은 2016년 9월 세탁기 분쟁에서 최종 패소한 미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자 지난해 1월 미국을 상대로 연간 7억1100만달러(7990억원)의 양허정지를 하겠다고 WTO에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양허정지 신청 금액에 이의를 제기했고 WTO 중재재판부는 양국의 입장을 들은 뒤 최종 금액을 산정했다. 애초 한국 정부가 주장한 금액의 11.9% 수준이다.

재판부는 향후 미국이 문제 된 반덤핑 조사기법을 수정하지 않고 세탁기 외 다른 한국산 수출품에 적용할 경우 수출 규모와 관세율 등에 따라 추가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근거도 인정했다.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02%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미국이 반덤핑 협정에서 금지한 관세부과 방식으로 덤핑 마진(관세율)을 부풀렸다고 보고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다.

한국은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지만 미국은 판정 이행 기간인 2017년 12월 26일까지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양허정지는 미국이 판정을 이행할 때까지 매년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결정된 중재 금액 기준으로 양허정지를 다시 신청하고 이후 구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품목에 얼마의 관세를 매길지는 WTO에 통보하면 된다.

다만 정부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관세를 바로 부과할지는 미지수다.

WTO 분쟁 해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전자는 한국에서의 수출을 중단했고 LG전자는 연례재심을 통해 관세율을 무관세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피해는 미미하다.

또 두 회사 모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했다.

정부는 업계 등과 협의해 WTO 협정에 따른 향후 절차를 검토,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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