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시동…경영 간섭·연금사회주의 우려 덜었다

  • 송고 2019.02.20 16:25
  • 수정 2019.02.20 16:30
  •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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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가 점차 활성화 기조, 거절하는 기업도 확산

"거절·일부 수용해도 문제 없어…자율성 침해 없다는 의미 "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기관의 스튜어드십코드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이를 거절하는 기업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당초 일각에서 스튜어드십코드가 경영 간섭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기업이 무리하다고 판단되는 점은 거부하면서 스튜어드십코드가 기업 자율의 침해한다는 지적은 피하게 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슈퍼 주총 시즌이 개막하면서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최근 태평양물산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제안 일부만 받아들였다. 태평양물산은 부채 감소와 수익성 확대 노력을 통해 투자자산 가치를 증대시키겠다고 회신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서한 중 본사 사옥 매각의 경우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태평양물산은 2015년 이후 2년간 순손실을 기록하고 주가 역시 하락세를 그리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켓이 됐다.

남양유업도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저배당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요구대로 배당을 확대하면 증가된 배당금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보게 되고 사내유보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대신 남양유업은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사내유보금으로 장기 투자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코드를 거절하거나 일부 수용한 기업들의 등장이 확인됐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경영 간섭 이슈는 일부 수그러들게 됐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는 강제성이 없고 언론 노출없이 경영진과 우호적 대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한데도 기업들의 상장사들의 거부감이 컸다"며 "일부만 수용하더라도 주주가치 확대 취지에 공감하고 점진적인 개선을 추진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서한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태평양물산 주가는 점차 올라 전일에는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한진칼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의 첫 대상이 되자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경영 간섭과 연금사회주의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발도 있었다. 처음 시행되는 정책인 만큼 기업들의 당혹감도 적지 않았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대비하려면 인력 등 준비해야 될 부분이 많은데 규모가 크지 않은 상장사들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포스코 등 297 곳에 이른다. 이는 전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2110개의 14.1%에 달한다.

장기적으로는 스튜어드십코드 행사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행동주의 투자자 역시 소수 지분 보유자기 때문에 결국 타 기관투자자를 설득해 다수의 주주가 동의하는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가 지배구조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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