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 남은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용퇴라고?"

  • 송고 2019.02.21 11:07
  • 수정 2019.02.21 11:16
  • 이돈주 기자 (likethat9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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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기 연속 적자 등 재무악화 원인인듯

지난해부터 제기된 경영진 책임론, 압박 가중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현대상선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현대상선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돌연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놓고 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유 사장이 임기 중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부산 신항 4부두 운영권 회수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재무부문에서 15분기 적자가 지속되면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유 사장은 3월 주주총회를 계기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는 다음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CEO를 추천해 선임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 사장이 임기 도중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된 저조한 경영실적이 유 사장의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57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에만 835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2011년부터 8년째 적자다. 이에 채권단에서는 수조원의 혈세를 지원받으면서도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현대상선의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채권단은 지난해 현대상선 경영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회사 자금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현대상선에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해 있다"며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할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현대상선 측은 "화주들의 현대상선에 대한 신뢰는 과거 2년간 크게 회복됐고 영구채 발행을 통해 1조원의 자본 확충으로 부채비율을 비롯한 재무비율과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됐다"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도 "업종 특성상 시황에 민감한 데다 한진해운 퇴출 등으로 기존 네트워크가 사라진 상태에서 채권단이 원하는 대로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를 받는 상황에서 유 사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기만 했다.

유 사장은 지난 2014년 현대상선 사장직에서 퇴임한 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맡았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해운업이 위기를 겪자 다시 현대상선으로 돌아와 해운업 재건에 앞장섰다.

유 사장은 재취임 후 2년간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비롯해 최대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등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사에 뺏겼던 부산 신항 4부두 운영권을 되찾는데에도 기여했다. 그 결과 부산 신항 물동량은 초기 300만TEU에서 50% 증가된 450만TEU로 확대된 상황이다.

유 사장의 퇴임에 대해 한 해운업계 관게자는 "위기에 처한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애썼고 나름대로 성과도 거뒀지만 업황상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든 재무구조가 결국 채권단을 움직인 것 같다"면서 "누가 봐도 용퇴라는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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