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vs KCGI…주총 앞두고 신경전 릴레이

  • 송고 2019.02.21 14:56
  • 수정 2019.02.21 14:56
  • 이혜미 기자 (ashley@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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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KCGI, 한진 향한 경영 참여 수위 높여

한진그룹 경영쇄신안 발표로 대응…"주주제안은 자격 없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3월 주총시즌을 앞두고 한진그룹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기업가치 확대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한진그룹 살림에 공세 수위를 높이는 KCGI와 이에 맞서는 한진그룹이 공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KCGI는 사모투자 합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 한진 지분 8.03%를 보유하며 각각의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지분 취득 공시와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 KCGI는 당초 "경영권 장악 의도가 없다"는 입장과 달리 올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나서고 있다.

먼저 KCGI는 지난달 20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하며 한진그룹의 후진적 지배구조, 높은 부채비율, 방만 경영 등 경영상 취약점을 지적하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다.

1월 말에는 한진그룹에 공식적으로 주주제안서를 송부하며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하며 수위를 높였다. 주주제안서는 한진칼 이사회에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선임 등을 골자로 했다.

KCGI측은 "지배주주와 현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 활동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감사 1인뿐 아니라 지배주주 및 현 경영진과 무관한 독립적인 사외이사 2인을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흐르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한진그룹도 더이상 KCGI를 무시하지 못하고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첫째로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7성급 호텔 건립이 무산된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을 비롯해 배당 성향 확대 방안 등을 담았다. 또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회사 사외이사 수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주주제안권에 대해서도 반박 입장을 내놨다. 한진그룹은 KCGI의 주주제안권 행사 주장에 대해 " KCGI가 소수주주권 중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분 6개월 보유 특례규정을 충족해야 한다"며 주주제안권 행사 자격이 없음을 주장했다.

상장사인 한진칼과 ㈜한진이 이같은 특례 규정이 우선 적용되는 바 KCGI의 주주제안서 송부
시점인 2019년 1월 31일 기준 6개월 이전인 2018년 7월 31일 이전에 한진칼, ㈜한진 지분을 보유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항공기. ⓒ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대한항공

양쪽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3월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이라는 전면전 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지켜보고 있다. 만약 KCGI의 주주제안건이 주총 안건에서 빠지더라도 KCGI가 안건 상정 가처분의 소를 제기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인용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한편으로 KCGI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주주명부 열람을 허용 받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확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이 내놓은 경영쇄신안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명분을 확보했고 이제 우군 확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KCGI가 요구하는 전자투표제 도입도 표 대결 상황에서 변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KCGI측은 "한진칼 이사회는 정도경영, 준법경영의 정신으로 돌아가 KCGI의 제안들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만일 이사회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주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법적 조치를 통해서라도 위법행위의 시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진그룹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경영권 압박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어 그룹 안팎으로 방어적인 태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한진그룹이 최근 연달아 내놓은 그룹 및 계열사 경영발전 방안안은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제안을 일부 수용한듯 하면서도 주주친화적 성격이 두드러져 국내외 주주를 달래기 위한 의결권 확보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한진, 대한항공 등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는 한편 주주제안권과 관련해 KCGI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중이다.

한진그룹은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 설립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임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한진칼, ㈜한진은 KCGI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추후 이사회에 상정해 법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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