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주총시즌 대대적 쇄신 준비…"변해야 산다"

  • 송고 2019.03.04 09:15
  • 수정 2019.03.04 09:15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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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보수·폐쇄 꼬리표 떼어내

경쟁사 사장 모셔오는 현대제철, 3세경영 도래 세아그룹

출선공정 모습, 본문과 무관함.ⓒ포스코

출선공정 모습, 본문과 무관함.ⓒ포스코

철강업계가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일대 쇄신을 단행한다. 불투명한 경영환경 대비 혹은 기업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세대교체 및 새제도 도입 등이 이뤄진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오는 15일 및 22일을 기해 일제히 주총을 실시한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15일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사내·외 이사진도 일부 교체한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직접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포스코가 이번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내 재계에서도 큰 사건이다.

주주들이 주총일자가 겹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 행태가 만연된 상황에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SK그룹이 선두에 섰으며, 신세계그룹 등도 최근 도입했다. 정부의 주주권익 향상 정책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의 이같은 움직임은 반세기 동안 이어온 보수적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대대적 변화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직후부터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숨 쉬고 성장한다는 취지의 기업시민 및 위드 포스코 실현을 기치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신사업부문 위상 제고를 바탕으로 한 파격적 조직 개편 및 사상 최초 사외이사 IR 개최 등 개혁과제를 실천 중이다.

아울러 포스코는 지난해 말 발표된 정기인사에 맞춰 사내이사는 물론 임기 만료 사외이사도 주총에서 교체한다.

사내이사진에는 권오준 전임회장 체제 '2인자' 오인환 사장과 유성 부사장이 물러나고 새로 생산본부장이 된 김학동 부사장과 정탁 철강사업본부장이 진입한다. 사외이사진에도 박희재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정문기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 등 3명이 신규임명된다.

포스코 대치동 사옥.ⓒ포스코

포스코 대치동 사옥.ⓒ포스코

오는 22일 주총을 실시하는 현대제철의 경우 사내이사진이 대폭 갈리게 된다.

수년간 사내이사직을 유지해온 우유철 부회장·강학서 사장·송충식 부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안동일 생산기술담당 사장·박종성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장(부사장)·서강현 재경본부장(전무) 등이 대신하게 된다.

특히 포스코 현장 출신의 안동일 사장 영입은 업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안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업계 선두주자들로 수십년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였으나 사실상 앙숙에 가깝다고 할 만큼 서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까지 나서 경쟁사 사장을 받아들인 것은 실적 등에서 침체를 겪고 있는 현대제철 포함 그룹 계열사들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고 변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내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또한 올 초 우 부회장의 후임으로 온 김용환 대표이사 부회장이 철강사 현장 경험이 없는 그룹 전략기획 출신인 만큼 이를 보완해 본원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동국제강 및 세아그룹 철강계열사들도 포스코와 같은 날 주총을 연다. 특히 세아그룹 특수강 계열사인 세아베스틸 주총에서는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윤기수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고 김철희 영업부문장(전무)·박준두 생산본부장(상무)가 사내이사진에 합류하게 된다.

이순형 회장으로 대표되는 2세경영이 막을 내리고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이사 등이 주축이 되는 3세경영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많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과거 영업이익률 20%대의 폭발적 성장은 이제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당시와는 다른 새로운 시스템과 인사 정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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