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현대상선, "같은 상황, 다른 느낌"

  • 송고 2019.03.11 10:34
  • 수정 2019.03.11 15:13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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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관리 하 경영정상화 진행, '토사구팽'된 CEO들 상황 비슷

대우조선 내부, 현대상선 외부 CEO 영입…상반된 변화 전망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 모습.ⓒEBN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 모습.ⓒEBN

KDB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둔 대표적 산업자본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양사는 산은을 주채권은행으로 하고 경영정상화가 진행 중인 데다,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CEO들이 최근 거의 동시에 '토사구팽' 당하는 등 상황이 비슷하다. 다만 산은은 최근 잇따른 인사를 통해 현대상선을 이끌 새수장으로 외부인사를, 대우조선은 내부인사를 앉혔다.

즉 현대상선은 경영진부터 대대적 변화가 예고되는 반면 대우조선은 기존시스템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산은과 현대중공업간 대우조선 민영화 본계약 체결에 맞춰 위원회를 열어 사의를 표명한 정성립 사장의 후임으로 이성근 거제조선소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이 부사장의 경우 대우조선으로 입사해 조선소장까지 올라온 현장파다. 정 사장을 장기간 보좌했고 그와 함께 경영정상화 활동의 '원투 펀치'로 활약해 온 내부인사의 전형이다.

산은은 대우조선 신임 대표가 내정되기 하루 전인 7일 공석인 현대상선 사장직에 물류회사 범한판토스 대표 출신 배재훈씨를 내정했다. 배 전 대표는 다년간 LG에 근무하면서 해외법인 및 마케팅부서를 이끌어 온 영업통으로 현대상선의 주력인 해운업과는 거리가 먼 외부인사다.

대우조선과 현대상선은 주력업종간 밀접한 관계고 둘 다 주인이 따로 없는 상황에 불황으로 장기적인 경영정상화 프로젝트가 실시 중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정 사장 및 유창근 사장 등 CEO들이 각각 대우조선과 현대상선의 구원투수로서 사장직에 취임하고 둘 다 대주주의 압박으로 용퇴를 결정한 시기까지 엇비슷하다.

하지만 산은은 후임사장 인선 과정에서는 상반된 결정으로 업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다동 사옥 구조물.ⓒ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다동 사옥 구조물.ⓒ대우조선해양

양사간 차이점이 있다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과 산은의 관리기간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8년 4분기는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으나 그 이전까지는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산은과 2016년 체결한 총 5조9000억원 규모 자구계획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가량을 달성했을 정도로 순조롭다. 자구계획의 경우 대우조선은 2017년부터 연간목표치를 초과달성 중이다.

더욱이 대우조선은 산은 체제만 20여년째다. 현재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재무 관련 요직은 산은 출신들이 채우고 있어 대표이사의 입지가 절대적이지 못한 구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은 입장에서는 정 사장 경영체제에서도 당초 목표였던 경영정상화가 순조로웠던 만큼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상선은 8분기 연속 적자다. 산은이 대주주가 되고 유 사장이 취임한 이후 흑자로 전환된 적이 한 번도 없다.

해운업이 업종 특성상 외부시황에 민감한 데다, 한진해운 퇴출 등으로 기존 네트워크가 사라진 상태에서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게 해운업계 원로들 주장이다. 유 사장이 오는 2020년을 흑자전환 원년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방침이 산업자본 조속정리인 만큼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 산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아울러 현대상선은 대우조선처럼 산은이 대주주이기는 하지만 기간이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기존 '현대맨'들로 이뤄진 내부인사들이 대부분 건재하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 경영에는 거리를 둬야 하는 산은이 지난해부터 직접적으로 고강도 자구계획을 주문하고 공식석상에서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타업종 대비 호흡이 긴 해운업과 조선업은 CEO의 전문성도 경영의 큰 변수"라며 "섣불리 수십년 조직문화에 메스를 대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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