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과 위법 사이'…분양원가 공개, 업계·NGO 모두 불만
경실련 "공시항목 여전히 너무 적어 실효성 없다"
건설업계 "기업 영업 비밀에 관한 과도한 규제다"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2019-03-22 13:40:54
▲ 서울시 동대문구 주택가 전경ⓒ김재환 기자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세분한 정부 정책이 시행되자 시민단체와 건설업계 양쪽에서 불만족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원가 투명성을 확보하기에 공시항목이 여전히 너무 적다는 비판과 기업의 영업 비밀을 노출한 위법 조치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원가 공개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선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착공하기도 전에 산출하는 분양가는 추정치에 불과하기에 공시항목을 더 확대하기 어렵고 지금 공개한 수준에서 기업의 비공개 정보를 침해할 우려도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분양가 하락 효과 거두기 어려운 반쪽짜리 정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개정·시행된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관해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 공시항목이 12개에서 62개로 세분됐지만 여전히 부풀리고 조작된 공사비 세부 명세서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민간 택지가 아닌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공공주택인 만큼 토지조성원가와 더 상세한 건축비 소요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현재 개정안이 공시항목을 근본적으로 늘리지 않고 기존에 뭉뚱그려 산출했던 공사비를 단순 세분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예를 들면 개정안이 토목공사비 한 항목을 토공사와 흙막이공사 등 13갈래로 나누는 수준의 조치여서 건설사가 항목별 공사비를 자의적으로 나눠도 실제 공사금액과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

경실련은 경기도시공사가 지난해 말부터 공개한 공사원가 공개 조치만큼 투명하게 분양가 공시항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시공사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원가정보공개에는 타일부터 전선 하나까지 규격과 수량, 재료비, 설치 노무비 등 수많은 공사 종류에 관한 원가와 이윤이 공개돼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는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경기도에서 공개된 아파트의 공사비 내역과 분양 건축비를 비교한 결과 평균 20%나 비싼 것으로 나타나 지난 7년간 공공택지에서 부풀려진 분양가가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62개 항목으로 세분된 공동주택 분양가격 공시항목ⓒ국토부

◆건설업계 "영업 비밀 누설 및 중소업체 피해 우려"

이에 반해 건설업계에서는 분양원가 공개 조치의 위법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가 정보를 '정보공개법 제9조'에 따른 비공개 정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공개법 정의에서 비공개 정보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규정돼 있다.

특히 기업마다 원가 산출 방식과 비결이 다른데 이윤 창출 과정을 공개하게 함으로써 입주민과의 불필요한 소송과 갈등, 비용을 유발하게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와 함께 낮아진 분양가로 인해 입주 시점의 시세차익만 더 키우게 되고 분양가 절감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주택 건설사업자가 과도한 규제로 인한 피해를 보게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 2012년 61개였던 공공주택 공시항목을 12개로 축소할 때 국토부가 발표한 '규제영향 분석서'의 맥락과 유사하다.

분석서의 요지는 과도한 사업자 부담을 완화해 주택공급이 원활해질 경우 결국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고 규제가 실제 분양가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추정치인 분양가의 공시항목을 지금처럼 세분한 수준에서도 소비자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이에 따라 공급자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낮추게 될 것이라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얘기는 추정치인 분양가를 사후 정산 수준으로 공개하자는 얘기인데 이는 너무 지나치다고 본다"라며 "건설업계의 경우 설계서에 들어간 세부 낙찰금액 범위까지 요구하지 않는 한 지금 62개 항목을 영업 비밀이나 (관련법상) 비공개 항목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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