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소 간 교보생명 vs FI…법조계 일각 "풋옵션 시장가 대체적"

  • 송고 2019.05.10 15:37
  • 수정 2019.05.10 16:25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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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가 제시한 40만9900원과 신 회장 측 20만원 간 가격차 큰 상태

강혜미 변호사 "중재에서 통상적인 시장가를 선정하는 경우 많아"

풋옵션 적정가를 놓고 갈등을 벌인 재무적 투자자(FI)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중재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통상적인 중재(arbitration)에서는 시장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가를 주장하는 신 회장 측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EBN

풋옵션 적정가를 놓고 갈등을 벌인 재무적 투자자(FI)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중재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통상적인 중재(arbitration)에서는 시장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가를 주장하는 신 회장 측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EBN


풋옵션 적정가를 놓고 갈등을 벌인 재무적 투자자(FI)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중재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통상적인 중재(arbitration)에선 시장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가를 주장하는 신 회장 측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FI들은 생보산업 호황기 시절에 도출한 가격(40만9900원)을 제시했다.

10일 자본시장과 법률계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FI들은 지난 3월 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들의 중재인들은 김앤장 등의 법무법인이며 신 회장측 역시 지난달 법무법인 광장을 중재인으로 선임,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단 법률계에서는 통상적인 중재에서는 현재 이뤄지는 시장가(market value)를 기준으로 가격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강혜미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세움)는 "중재에서는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협상 중 제시된 높은 가격보다 할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중재까지 간 대표적인 투자자소송으로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와 미국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이 4년간 끌어온 법정 싸움이 있다. 분쟁의 쟁점은 국유화 보상금 기준을 엑슨모빌이 주장하는 '장부가'와 PDVSA가 제시하는 '시장가' 중 어느 쪽으로 할지였다.

결국 세계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은 시장가를 선택해 여러 공제금을 제외하고 실제 PDVSA가 갚을 돈은 2억55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당초 엑슨모빌이 요구한 보상금 120억 달러의 40분의 1에도 미달하는 액수다. 2012년 1월 당시 PDVSA는 "엑슨모빌의 요구가 터무니없었다는 게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중재에서 공정한 시장가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FI가 제시한 엑시트 가격(40만9900원)과 신 회장 측(20만원 초반대)이 내놓은 가격 사이의 적절한 시장가가 선정될 개연성이 높다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FI가 제시한 엑시트 가격은 2011년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할 당시 생보산업 호황 및 금리 인상 가능성, 환차익 등을 전제해 안진회계법인에서 도출한 가격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 측의 20만원대 가격은 현재 상장기업으로 거래되고 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기업가치 중간 수준에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중재는 양측이 합의하면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경영과 관련된 분쟁을 중재하는 경우 중재인에게 최종 결정을 맡기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FI 측 관계자는 "중재에서는 풋옵션 가격 선정에 집중하겠지만, 갈등의 원인은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계약 이행을 소홀히 한 신 회장 측에 있다"면서 "FI들도 중재를 통해 최대한 빠른 엑시트를 해서 재무적투자자(LP)들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 측은 "이번 분쟁을 잘 마무리해 자본시장 측면에서 보다 더 거듭나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2007년 캠코,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할 때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 이들 FI들을 백기사로 끌어들인 바 있다. 이들을 위해 신 회장은 풋옵션 조항을 넣은 주주 간 계약(SHA)을 맺었다.

이 계약은 영문 계약서로 이뤄진데다 법무법인 동반없이 한글 번역본마저 부재한 상태에서 교보생명 기업공개 연기 및 시기 조율, FI들의 엑시트 요청과 맞물려 공방을 벌였다. 결국 FI들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 측에게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신 회장은 기업공개를 선언했지만 FI들은 중재 신청을 하겠다며 반격했다. IPO를 하더라도 FI들이 제시한 풋옵션 이행 가격(40만9000원)의 절반 수준에서 공모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에서는 "중재는 재판보다 낫지만 애초에 이같은 분쟁을 예방하는 시스템이 작동했더라면 교보생명과 FI가 여러가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갈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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