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출가스 조작 논란, 환경부 태도 '아리송'

  • 송고 2019.05.14 10:46
  • 수정 2019.05.14 13:43
  •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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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은 공개하고 어떤 기업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데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국내 대형 화학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환경부의 발표에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친환경에 대대적인 투자를 밝혀왔던 만큼 국민들의 배신감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을 속여 배출한 여수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적발했다. 특히 LG화학, 한화케미칼 등은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이 사과문을 통해 염화비닐 배출로 논란이 된 공장과 관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기업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행보는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당초 환경부는 LG화학의 염화비닐 배출량이 기준치 대비 173배 높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배출량은 기준치 대비 15배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측정값의 173분의 1을 축소해 측정기록부를 발급했다는 적발 내용이 브리핑 과정에서 173배 초과로 잘못 발표된 것이다.

또한 LG화학, 한화케미칼 외의 기업들이 추가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경부는 이에 대해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GS칼텍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은 전남도 행정조치 대상에 추가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이 같은 지적에 "객관적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기업 이름을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에 송치까지 한 상황에서 특정 기업만 공개한 상황에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실제 지역 주민 및 환경단체에서는 환경부의 기준 없는 정보 공개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더욱이 한화케미칼 등 일부 업체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공모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배출량 조작을 공모한 적 없음을 강조하고 있어 환경부 발표의 사실 여부도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문제는 국민들의 건강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과 잣대가 필요하다. 환경부는 합당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이번처럼 불투명한 정보 공개 등의 논란에 지속적으로 휩싸일 경우 환경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들을 적발하고 이에 응당한 조치가 이행돼야 하지만 환경부의 공평하고 투명한 기준 아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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