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重, 빗발치는 지자체 애정공세 "난감하네"

  • 송고 2019.05.24 09:12
  • 수정 2019.05.24 10:07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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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지역경제 선검토 요청 빗발, 기업권한 투자·M&A '멈칫'

"향토기업 의무 저버리지 않아" 달래기에도 별효과 없어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무소 전경.ⓒ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무소 전경.ⓒ포스코

철강 및 조선 등 중후장대산업 대표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지역사회의 과도한 '구애'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각각 포항과 울산에 본사를 둔 양사가 최근 사업 투자유치 보류 및 본사 이전 논란에 휘말리는 등 지역사회로부터의 청원이 빗발치고 있는 것.

최근 기업의 본래 목적인 이윤 창출 보다는 지역경제 기여도나 향토기업으로서의 의무를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역사회 달래기에 나서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24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최정우 포스코 회장으로부터 오는 11월부터 경북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소재 음극재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건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차전지는 포스코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정작 포스코 측은 구체적인 관련사업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당 투자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회사 차원에서 필요시 이사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투자를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는 현 상황에서 지자체가 구체적 시기나 투자액수까지 거론한 것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포스코는 7000억원을 투자해 포항제철소에 침상코크스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사업효율 측면에서 광양제철소 공장을 활용키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이에 포항시에서는 "포항을 홀대한다"며 섭섭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5년간 포항제철소에 2조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광양제철소 측에는 이보다 많은 3조원 가량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투자는 애초부터 경영효율성을 따져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포스코 입장에서는 단순히 총 투자금액을 놓고 '홀대' 운운하는 것은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1968년 창립 때부터 포항제철이라는 간판으로 포항시와 함께 성장해온 데다 지난 2018년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에는 사회구성원과 함께 성장한다는 '기업시민' 기치까지 내세운 만큼 다소 무리한 요구라 해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 21일 포항과 광양에 1조원 규모의 벤처플랫폼을 구축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미심장한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야드 전경.ⓒ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야드 전경.ⓒ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따른 물적분할로 해당 지자체인 울산시의 비판을 감수하고 있는 상태다.

오는 31일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물적분할 계획의 핵심은 우선 기존 현대중공업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서울 소재)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울산 소재)으로 쪼갠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로 현대중공업을 거느리게 되고 대우조선도 현대중공업과 동일선상에 놓이게 된다.

이를 두고 울산시는 지주사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가면 사실상 본사 기능도 이전되는 것이고 지역경제 침체를 피할 수 없다며 물적분할을 반대하고 있다.

물론 현대중공업 측도 경영진이 나서 설득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물적분할 이후에도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이라며 "물적분할 후 한국조선해양에 소속되는 인력은 현재 현대중공업 전체 인력 1만5000여명 중 500여명 수준이며, 이들 상당수는 현재도 서울사무소에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국조선해양은 지주사 내지 연구·개발(M&A) 역할만 수행하는 만큼 고용 등 측면에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노력에도 물적분할 반대 움직임은 이사회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또한 정주영 명예회장이 직접 도크를 파가며 창립한 이후 반세기 가까이 향토기업으로서 울산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지역사회의 다소 지나친 우려도 현대중공업이 쉽게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물론 시장경제 논리만 따진다면 투자나 M&A는 전적으로 해당 기업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다만 해당건들의 경우 정치적 논리가 개입하면서 개별기업에서 쉽게 해결을 보기 어렵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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