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기능인 청년 가뭄…“힘들고 미래 안보여서”

  • 송고 2019.06.12 11:04
  • 수정 2019.06.12 11:08
  •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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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 떨어지는 외국인력으로 대체돼 품질 하락 우려

고용 안정성 높이고 업무 외 가욋일 관행 등 청산돼야

"청년이 없으니 외국인을 쓰게 되는데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진짜 안좋다. 언어로 인한 소통 문제도 있고 본업이 아닌 사람들이 대다수라 숙련도가 떨어진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장 인부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는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능인 고령화로 인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건설현장에 젊은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고용 안정성을 높이면서 업무 외 가욋일을 금지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 건설현장 모습ⓒEBN 김재환 기자

서울시 종로구의 한 건설현장 모습ⓒEBN 김재환 기자

1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건설업의 청년층 이탈 원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5%가 "작업이 힘들어서"를 꼽고 32.5%가 "직업으로서 미래가 불안정해서"라고 답했다.

건산연이 지난달 2주간 발주처와 종합·전문건설사,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은 심각한 수준의 건설 기능인력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실제로 통계청의 연령·산업별 취업자 분포를 보면 건설업(종합·전문)의 55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53.1%에서 58.5%, 60.8%로 증가하고 있다. 10명 중 6명이 고령자인 셈이다.

통계상으로도 지난 2017년 기준 30세 이하 건설기술자(콘크리트공·용접공 등) 비중이 4.1%에 불과한데 실제 현장에서는 1%도 못 미치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고된 작업은 일 자체보다 여러 가욋일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다. 본래 별도의 청소 용역이 해야 하는 각종 공사 뒤처리를 기능공이 맡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500가구 규모 아파트 공사현장의 한 대형건설사 관리직 A 씨는 "가장 사람이 많을 때 800명(기능공·잡부 포함) 정도 오는데 20~30대는 1% 미만"이라며 "몸이 힘든 이유는 일 자체보다는 용접하러 왔는데 청소까지 해야 하는 경우 등 잡무까지 맡아야 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하이테크 공장 같은 경우 협력업체에서 청소 용역을 따로 붙이더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돈보다는 알음알음 소개 식으로 일을 받고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임금 누수 등이 일어나는 문제들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건설현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8 종합생활 실태'에 따르면 인맥에 의한 구직이 85.6%로 압도적인 1위다.

이를 반영한 듯 건산연 설문조사에서 '청년층 유입의 효과적인 방안'을 묻는 항목에 "고용 안정성 및 사회 안전망 확보" 응답률이 4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직업으로서의 비전 제시"가 21.1%로 뒤이었고 "작업 환경의 개선"과 "체계적인 교육 훈련 방안 마련"이 각각 14.8%씩 꼽혔다.

설문조사를 주관한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내국인 건설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 육성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 체계의 혁신과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범부처 간 협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설업의 청년층 이탈 원인(단위:%)ⓒ건산연

건설업의 청년층 이탈 원인(단위:%)ⓒ건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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