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최대어 둔촌주공, 후분양 놓고 '갑론을박'
고분양가 규제 복병에 분양시기 늦춰질 가능성
조합·시공사 "후분양 논의 일러…시장 상황 예의주시"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2019-06-12 14:09:03
▲ 재건축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전경.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해 이달 24일부터 적용하는 가운데 올 하반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 후분양 여부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측은 아직 분양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후분양을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남, 여의도를 중심으로 후분양을 검토하는 재건축 단지가 늘면서 둔촌주공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UG가 고분양가 규제를 위해 분양가 상한을 기존 110%에서 100~105%로 조정하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선분양에 나설 경우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가격을 직전 분양가와 동등하거나 이하 이하 가격으로 산정해야 할 경우 과거 110% 대비 수익성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당장 이달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들은 개선안이 적용되는 오는 24일 이전에 보증신청을 하거나 전체 물량 중 일부세대만 선분양에 나서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 분양일정을 잡아놓은 재건축 단지들이다. HUG의 예상치 못한 규제로 분양가를 높이려던 계획이 물거품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특히 분양물량이 1만2000여 세대에 달하는 둔촌주공 재건축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큰 역대급 분양인데다 1만2032가구 중 5000여 가구가 일반물량으로 나올 예정이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

강동구 둔촌동 170-1 일대 62만6232㎡ 용지에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동으로 들어서는 둔촌주공 재건축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이 공동으로 시공을 맡았다. 전용면적별로 △60㎡ 이하 5130가구 △60~85㎡ 4370가구 △85㎡ 초과 2532가구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동안 설계 변경, 교육청 심의, 석면 논란 등으로 속도가 지지부진했던 둔촌주공 재건축은 최근 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변경인가가 떨어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고분양가 규제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하반기 분양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등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단지의 경우 올 하반기 분양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2020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둔촌주공 조합원을 비롯해 일반분양을 기다렸던 수요자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기대치에 못미치는 분양가로 선분양에 나설 경우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HUG 보증이 필요 없는 후분양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 반면 후분양시 금융비용 등 자금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현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달 오피스텔만 먼저 분양하기로 한 '브라이튼 여의도'처럼 일부 세대를 선분양하고 조달비용을 마련한 뒤 나머지 세대를 후분양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측은 HUG 개선안이 이제 막 나온데다 분양시기도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은 만큼 후분양 여부에 대해 논의하긴 빠르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주간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비교사업장을 어디까지로 볼지 등 HUG 기준이 아직 명확치 않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으로 후분양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지만 섣부르게 판단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동시공사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단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후분양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시공사 입장에서도 후분양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HUG의 분양가 규제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취지와 달리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당수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시기를 미루면서 단기적으로는 서울 내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HUG의 고분양가 규제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부담으로 작용해 조합과 시행사의 수익성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정비사업 속도 둔화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변화로 올 하반기 수도권 분양시장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분양가 규제가 업계 전반을 후분양 체제로 급격히 이동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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