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탈원전·적자…삼중고 빠진 한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시 한전 3000억원에 달하는 손해 떠안아야
하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전력구입비 하락으로 실적 개선 기대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2019-06-13 15:17:18
국내 전력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한국전력공사가 대내외적인 변화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원전·석탄화력 발전 대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정부의 정책 영향으로 한전의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전력구입비 증가 등은 한전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한전은 지난해 6년 만에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대규모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적자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누진제 완화? 폐지?…한전 부담 '눈덩이'

1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를 확정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편안으로는 ▲하계에만 별도로 누진구간 확대안(1안) ▲하계에만 누진 3단계를 폐지(2안) ▲연중 단일요금제(3안) 등 3개가 마련됐다.

3개 안이 마련됐지만 여름철 누진제 상시 완화(1안)와 누진제 폐지(3안)가 많은 지지를 받으면서 의견을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진제가 여름철에 상시 완화될 경우 2018년 사용량 기준 1629만 가구가 할인 혜택을 받는 등 소비자 부담이 가장 많이 경감될 전망이다. 다만 여름철 외의 전기요금에는 기존의 누진제가 유지된다.

3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동안 주택용에만 적용돼왔던 누진제를 폐지해 형평성을 확보하고 ‘폭탄 요금’ 논란을 지울 수 있다. 하지만 3안을 적용할 경우 1400만여 가구의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기 때문에 3안이 선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어떤 누진제 개편안을 선택해도 한전은 막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1안을 선택할 경우 한전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매년 2847억원으로 추산된다. 3안의 경우에도 한전의 부담 규모는 2985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누진구간 확대로 3587억원을 부담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전의 재정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존 전력소비가 낮은 저소득층 등에 제공하는 ‘필수사용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탈원전 정책 한전 적자 주범?…"실적 점차 개선될 것"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한전의 실적 악화 원인이라는 분석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전은 우리나라 가용 에너지 자원 중 가장 단가가 저렴하지만 원전 이용률은 줄이고 석유·석탄·LNG발전 원료 구입을 늘리면서 원료 구입비가 크게 늘어 적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전은 2018년 사업보고서에 "국제연료 가격 상승 및 원전 이용률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소요되는 정책 비용 증가로 재무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은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 국제 연료가격 상승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18년도 사업보고서의 예측정보는 2017년 12월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비용증가 요인을 감안, 2017년 사업보고서(2018년 3월 공시)에서부터 기재해온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대해 원전이용률은 크게 개선됐음에도 국제 연료가격 상승으로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구입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발전용 LNG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전력시장가격은 같은 기간 16.1%나 상승했다.

2분기에도 한전의 영업적자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반등할 전망이다.

2022년까지 원전 5기까지 증가하면서 원전이용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예정이며, 석탄 이용률은 계절성, 앞당겨진 정비로 인해 하반기 반등이 예정돼 있다.

적자 요인으로 꼽혔던 LNG 등 전력구입비도 최근 유가 하락 영향으로 시차를 두고 하반기에 반영될 예정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의 강동진 연구원은 "최근 LNG 관련 세금 인하 효과 및 지난 11월 이후 하락한 유가가 반영되면서 SMP는 kWh당 70~80원까지 급락했다"며 "유가 급락 효과 하반기에 반영되면서 비용 하락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의 황성현 연구원은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유의미한 증산이 발표될 경우 연료비, 구입전력비 절감으로 2020년 실적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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