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전장용 MLCC 시장서 글로벌 2위 달성할 것"

  • 송고 2019.06.16 11:00
  • 수정 2019.06.16 14:08
  • 조재훈 기자 (cjh125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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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대에 MLCC 1만여개'…규모 커지는 전장용 MLCC

부산사업장, 신기종 개발 및 원재료 혁신 중심 단지 육성

중국 텐진 신공장은 전장 제품 주력 양산 기지로 운용

클린룸에서 삼성전기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삼성전기

클린룸에서 삼성전기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최근 산업·전장용 MLCC의 비중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최근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16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부산시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MLCC 및 기판(PCB)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핵심 생산기지다. 약 26만 제곱미터(8만평) 부지에 20여개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약 50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고용인원 기준 부산지역 내 최대 사업장이다.

1999년부터 MLCC를 생산하고 있는 부산사업장은 전장 MLCC사업의 본격 육성에 대비해 지난해 1000여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했고 투자도 늘리고 있다. 최근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거래선으로부터 생산 승인을 받음으로써 전장용 MLCC 사업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전장용 MLCC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회사가 보유한 소재 기술 및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량 제품, 휨강도, 고온, 고압 등을 보증하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신기종 개발 및 원재료 혁신을 위한 재료 중심 단지로 육성하고 중국 텐진의 신공장은 전장 제품 주력 양산 기지로 운용할 계획이다.

정해석 삼성전기 컴포넌트전장개발 그룹장 상무는 "삼성전기는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통과했고 공급을 늘리고 있다"며 "부산과 중국 텐진에서 전장용 MLCC를 본격 공급하면 2022년 전장용 MLCC에서도 글로벌 2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AP, IC) 등 능동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부품이다. 또 전자제품 안에서 신호간섭(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MLCC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대부분 사용된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여개, 자동차는 약 1만3000여개가 들어간다.

전자부품 중 가장 작은 크기지만 내부는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 있는 첨단 제품이다. MLCC로 300ml 와인잔을 가득 채울 경우 가격은 수 억원에 달한다.

MLCC는 크기는 작으면서 저장하는 전기의 용량을 크게 만드는 것이 경쟁력으로 유전체 등 미립의 소재 기술과 간섭 없이 균일하게 층을 쌓을 수 있는 제조기술 등이 필수적이다.

나노 기술 단계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은 반도체지만 마이크로 기술 단계에선 MLCC가 가장 높다.

MLCC는 세라믹과 금속(니켈)을 번갈아 쌓아 만든다. MLCC는 원재료에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넣어 종이처럼 얇게 인쇄한 뒤 이를 쌓아 올리고, 필요한 크기로 잘라 도자기를 굽듯이 열처리하는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세라믹 재료에 어떤 물질을 첨가하고 각각 첨가량을 얼마로 하는지가 MLCC 특성을 좌우한다. 이러한 세라믹 원재료 기술은 MLCC 제조 업체들의 노하우(Know-How)로 MLCC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내부 층(세라믹과 니켈)을 많이 쌓을수록 전기를 많이 축적할 수 있어 얇게 쌓고 작게 만드는 미세 제어 제조기술도 상당히 중요하다.

MLCC의 품질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온도다. MLCC는 10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만든다. 다만 세라믹과 니켈이 구워지는 온도가 서로 달라 적정한 온도를 맞추기 어렵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는 적절한 온도에서 잘 구웠다 하더라도 얇은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며 "겉보기에 파손이 없어 보이더라도 내부에 금이 가진 않았는지 전기적 특성 등 품질과 외관을 검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장용 MLCC는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고사양 전장용 MLCC의 경우 고온(150℃이상) 및 저온(영하 55도)의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습도 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자동차의 가혹한 테스트 환경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고온,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재료 개발과 진동과 내습 특성을 강화하는 미세구조 설계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전장용 MLCC는 IT제품 대비 요구되는 수명과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하며 개발 기간도 약 3배 정도 길게 소요된다. 가격도 3~10배 비싸다.

전장용 MLCC는 자동차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200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품질과 제조 기준 등 각 거래선별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IT제품보다 전장용은 기술장벽이 한층 높다"며 "따라서 현재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폭발적인 수요 성장으로 당분간 공급 부족 상황은 지속되고 향후 MLCC 시장도 전장 분야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MLCC 시장은 올해 14조원으로 확대된 뒤 2024년에는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세계 MLCC 시장의 20% 수준이던 전장용 MLCC가 2024년에는 약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편의기능이 향상되면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용 ECU(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Unit) 탑재량이 증가하고 있다.

통상 차량당 ECU수는 과거 30개에서 최근에는 100개 이상까지 장착되면서 자동차 1대당 MLCC 소요량도 늘어 차량당 MLCC 탑재량은 3000~9000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앞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진보하면 적게는 2000개에서 많게는 4000개 이상의 MLCC가 더 탑재돼야 하며 다양한 센서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다 보면 전력 소모가 많아진다"며 "이를 위해 많은 용량과 수량의 MLCC가 요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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