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투자·인재·소송 "어느 것도 양보 못해"
양사 대표이사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인재 모시기 앞장
중국·유럽·미국에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 위해 대규모 투자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2019-06-17 15:05:45
▲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의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다. [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업계 대표 주자인 LG화학과 정유업계 대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시장에서 격돌했다.

정유·석유화학 시황이 대외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상승과 하락의 주기가 뚜렷한 산업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인재 확보·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는 한편 소송 맞대결까지 불사하고 있다.

◆"인재가 곧 경쟁력"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대표이사가 앞장서 글로벌 인재 모시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인 김준 총괄사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허드슨 강 연안에 위치한 저지시티에서 열린 ‘2019 SK 글로벌 포럼’을 구관하며 에너지·화학 분야 글로벌 우수 인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김준 사장은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선제적으로 성장 전략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하고, 각 사업별 키 포커스와 비전을 공유했다.

또한 차세대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기술동향, 미래 자동차 소재 개발,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동향 및 전망 등 8개의 토의 세션도 진행됐다.

김 사장은 "이번 포럼으로 SK그룹과 미국 현지 전문가 간의 네트워킹뿐만 아니라 전문가 간의 네트워킹 또한 강화돼 시너지가 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는 SK그룹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LG화학의 대표이사인 신학철 부회장도 취임 후 첫 글로벌 인재 확보에 나섰다.

신 부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메이라 호텔에서 열린 채용행사를 주관했다. 신 부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 주요 10여개 대학 및 연구소의 석·박사 및 학부생에게 회사를 알리고 비전을 공유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화학·소재 분야에 강점이 있는 국가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LG화학은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소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럽에서 인재확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신 부회장은 "현재 LG화학에는 R&D 인재만 5400여명에 달하고 배터리·고기능소재·촉매 등 세계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이 연구·개발되고 있다"며 "업계 리더로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모험을 즐기는 인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시장 주도권 '투자'에 달렸다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경쟁적으로 국내외 배터리 생산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로컬 브랜드 1위 지리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50대 50 지분으로 각 10304억원을 출자해 2021년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10GWh 규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공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의해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진출이 어려웠지만 2021년 이후 보조금 정책이 종료 되는 시점에 지리 자동차를 통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LG화학은 중국 신강 경제개발구의 전기차 배터리 1공장에 6000억원을 투자해 증설을 진행중이며, 빈강 경제개발구에도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 2공장은 올해 4분기 준공될 예정이다.

중국 외에도 미국 홀랜드, 유럽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오는 2020년 전기차 배터리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중국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출자를 결의하고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수주량 증가에 따라 중국 창저우 공장에 이어 중국 내 추가적으로 생산기지를 설립하기 위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신규 배터리 공장 투자를 목적으로 5799억원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규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금으로는 규모가 작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는 초기 투자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전체 투자 금액은 2조원대로 2021년 말 완공되면 연간 생산능력이 22GWh에 달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중국 합작 파트너인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장쑤성 창저우시 내 최첨단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7.5GWh 규모인 이 공장은 올해 하반기 완공해 2020년 상반기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지난해와 올해 착공한 헝가리 1·2공장, 지난 3월 기공식을 진행한 미국 조지아주 공장 등도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업가동이 이뤄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투자를 적기에 진행해야 한다"며 "2022년까지 6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신설 및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업비밀 침해 vs 명예훼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시장 경쟁은 소송전으로 화룡점정을 찍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ITC에는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고,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의 제소로 ITC는 지난달 30일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제소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LG화학의 이 같은 주장에 SK이노베이션은 줄곧 '사실무근'이라며 강경 대응할 것을 언급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조사개시 결정에 대해 "소송은 안타깝지만 절차가 시작된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노하우와 기술력을 입증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구성원과 고객, 사업가치, 나아가 국익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LG화학과의 소송전에 대해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LG화학과 소송전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말고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고, 고객사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없게 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맞소송에 나서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주 LG화학을 상대로 ITC 및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배터리 관련 소송 제기로 인한 유·무형의 손해, 앞으로 발생한 사업차질 등의 피해가 막대하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의 근거 없는 발목잡기를 묵과할 수 없다"며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10억원을 우선 청구하고, 향후 소송 진행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후 손해배상액을 추가로 확정, 청구할 방침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맞소송에 "경쟁사가 주장하는 '산업생태계 및 국익훼손', '근거없는 발목잡기'와 관련해 오히려 산업 생태계 발전을 저해하고 국익에 반하는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저지를 경쟁사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내년 상반기에 ITC의 예비판결, 같은 해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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