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냐, 약이냐"…민간 분양가상한제 논란 '분분'

  • 송고 2019.07.09 14:02
  • 수정 2019.07.09 14:06
  •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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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묶어 시장 안정화 효과

공급감소, 기축 추격매수, 로또아파트 양산 등 부작용 우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시작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하는 등 부동산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가를 규제해 가격상승을 막고 주변 시세가 따라 올라가는 상승고리를 끊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시장은 공급감소, 기존 아파트에 대한 추격매수, 시세차익에 따른 로또 아파트 양산 등 인위적인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 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이다.

집값 안정화 대책 중 하나인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정한 제도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재건축을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이뤄지자 재건축의 수익모델인 일반분양에 대한 가격을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후분양이든 선분양이든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원가수준의 분양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강력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서울 집값이 반등하고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이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검토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본격적인 추가 규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2% 올랐다. 지난해 11월 첫주 이후 34주만에 반등한 것이다. 민간 조사기관인 부동산114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7% 올라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반포 원베일리, 삼성 상아2차, 둔촌주공 등이 후분양을 검토하며 집값을 더욱 자극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후분양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을 밝히며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온갖 규제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업계 및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는 시장이 냉각됐을 때 폐지되고 과열됐을 때 도입되는 제도"라며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의 효과를 볼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공급이 줄고 로또아파트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분양가 규제에 따른 공급물량 급감이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주택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인허가 실적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지난 2007년 55만가구에서 상한제가 다시 도입된 2008~10년에 37만~38만가구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신축 공급난에 따른 기존 아파트의 추격매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을 잡기 위한 분양가 규제가 되레 주변 아파트의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또 아파트 양산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공급감소로 서울 아파트의 희소성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수요자들의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주변시세와 분양가가 수억원씩 차이나는 단지들의 청약경쟁률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 SK리더스뷰'는 당첨시 4억~5억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1가구 청약에 무려 4만7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역대급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HUG 규제 전 막차를 탄 '서초그랑자이'는 전용 100B㎡ 1가구 모집에 711명이 몰렸다. 해당단지는 분양가가 시세 대비 4억~5억원 저렴해 로또단지로 입소문을 탄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민간에 확대되면 시장이 단기적으로 냉각되며 규제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이 효과를 볼지 시장의 예상이 맞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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