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계속 떨어지는데…갈아타기는 막혀

  • 송고 2019.07.12 14:43
  • 수정 2019.07.12 14:55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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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형 주담대, 2%중반대 1년전보다 1%포인트나 낮아져…이자 1억원 당 100만원 차이

기존比 0.27%p 낮은 새 코픽스 연동 상품도 고정형 주담대 금리보다 0.62%포인트 높아

국내외 경기둔화 여파로 시장금리가 급락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차주들은 대출 갈아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의 떡인 셈이다.ⓒ연합

국내외 경기둔화 여파로 시장금리가 급락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차주들은 대출 갈아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의 떡인 셈이다.ⓒ연합


국내외 경기둔화 여파로 시장금리가 급락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차주들은 대출 갈아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대였던 혼합형(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최근 2%대 초·중반까지 내려갔지만, DSR이나 LTV 같은 대출 규제에 대환 자체가 어렵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담대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KB국민은행의 5년 혼합형 주담대(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금리는 2.38~3.88%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달(2.59~4.09%)에서 더 떨어진 수치며 1년전(3.38%~4.88%)보다는 1%포인트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주담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은행(2.69~3.69%) ▲신한은행(2.80~3.81%) ▲KEB하나은행(2.79~3.89%) 등 모두 2%중반대로 형성돼 있다.

대출금 1억원 당 금리 0.1%포인트 격차는 연간 이자비용 10만원이기 때문에 만약 지난해 3.7% 금리로 4억원을 대출 받은 차주가 2.7% 금리로 대환 받을 경우 약 400만원 가량의 이자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대출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더 낮은 금리로의 대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 갈아타기 위한 조건은 새 대출 한도가 기존 대출보다 커야하지만,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지면서 대출 상한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선 LTV의 경우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을 포함한 규제 지역은 이 비율이 60%에서 40%까지 낮아졌다. 2주택자 이상은 LTV가 30%로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새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대환을 받으려면 대출자가 주택 한 채를 가진 실수요자이면서 기존 대출 시 LTV 비율 자체도 여유있게 받았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8·2 대책 이전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2억원(LTV 40%)을 빌렸다면 부담 없이 환승할 수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도 부담이다. 은행별로 3년 내 대출을 해지하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리는 데 주담대의 경우 1.2~1.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4억원을 대출 받은 차주가 1년 동안 대출을 유지하다 대환 할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단순 계산으로도 수수료는 320만원에 달한다. 1%포인트 낮은 상품으로 대환했을 때 400만원의 이자를 아끼지만 중도상환수수료로 80%를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기존보다 0.27% 포인트 정도 낮은 코픽스 산출법에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이 당분간 혜택을 체감하긴 힘들게 됐다.

통상 고정금리 대출상품은 시장금리가 올라도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없는 탓에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더 높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 역전현상이 반년 넘게 장기화 하고 있다.

이는 경기둔화 전망 등을 반영한 장기 채권금리가 계속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2.93%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째 하락세로, 2016년 10월(연 2.89%) 이후 최저치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0.27%포인트 내려간 새 코픽스가 발표되는 오는 15일 이후부터 이를 적용하는 연동대출상품을 동시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이 코픽스 연동 상품 보다 크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재 국민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은 잔액 코픽스 연동 상품 금리보다 0.89%포인트 낮게 책정돼있다. 여기에 코픽스 연동 상품이 0.27%포인트 낮아져봤자 0.62%포인트 폭으로 줄어들 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시장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기존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자들의 입장에서는 일단 현재 상황은 고정형 대출금리가 더 저렴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건이 충족된다면 대환 하는 게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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