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의 난제 'KDB생명' 매각…선결과제는

  • 송고 2019.07.12 15:47
  • 수정 2019.07.12 15:47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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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아픈 손가락' 매각 위해 손절매 감수해야

매각 성공시 사장에 30억 '셀프 인센티브' 논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늦어도 내년 초까지 KDB생명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전히 매각 성사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덩치를 불리기 위해 수년간 팔아온 고금리 상품이 수익성 악화를 몰고 올 수 있어서다.ⓒEBN·연합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늦어도 내년 초까지 KDB생명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전히 매각 성사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덩치를 불리기 위해 수년간 팔아온 고금리 상품이 수익성 악화를 몰고 올 수 있어서다.ⓒEBN·연합


늦어도 내년 초까지 KDB생명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3전 4기에 관심이 쏠린다. KDB생명은 앞서 3번 가량 '매각 유찰' 이력을 갖고 있다. 산은이 촘촘한 매각 전략으로 '플랜B'와 '플랜C'까지 가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KDB생명 매각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덩치를 불리기 위해 수년간 팔아온 고금리 상품이 수익성 악화를 몰고 올 수 있어서다. 또 산은의 자회사 경영에 대한 시장 불신도 적지 않게 커졌다.

산은은 옛 금호생명을 8500억에 인수한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1조20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현재 KDB생명은 시장에서 4000억원~5000억원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손절매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가격 인하와 글로벌 네트워크 풀가동

KDB생명 최대주주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5.80%)와 유한회사의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26.93%)다. KDB칸서스밸류PEF는 산업은행과 칸서스가 각각 68.2%, 2.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산은이 실질적인 펀드 출자자(LP)다. 펀드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될 당시 옛 금호생명을 인수해 올해로 약 10년째 결성된 상태다.

보험사 인수합병 및 계리컨설팅사인 밀리만은 KDB생명 매각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선결과제'라고 평가한다.

인수대금부터 유상증자에 이르기까지 펀드가 KDB생명에 투입한 총 금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하지만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격은 이에 크게 못 미쳐서다. 밀리만 관계자는 "가격에서부터 매력을 갖고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5년전 산은이 처음으로 KDB생명 매각을 시도할 2014년 당시 시장에서는 5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당시 KDB생명을 인수한 펀드 운용사 칸서스그룹은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 4개 후보와 협상을 진행한 결과 인수 후보자들이 최대 5000억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한 바 있다.

산은이 1조 2000억원을 퍼부은 KDB생명이지만 경영성과는 나쁘다. 저금리와 고령화, 경쟁 강도 강화 영향으로 생명보험업 매력도가 악화된 상황탓도 있다. 또 산은의 자회사 경영 능력도 부족해 KDB생명 자구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KDB생명은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016억원, 767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8년에는 당기순이익 64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자기자본수익률(ROE)은 0.93%, 영업이익률은 0.19%를 기록했다. 2010년 동급 보험사로 분류됐던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ROE는 5.2%와 대비된다.

사모펀드업계는 KDB생명을 두고 단독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됐던 산은 자회사 패키지 매각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앞서 산은은 KDB대우증권 매각 때 KDB생명을 키워 팔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자본시장에서는 산은캐피탈 등을 KDB생명과 함께 매각하면 잠재 인수 후보군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현재까지 검토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합병 업계 한 전문가는 "기업 매각에서는 대내외적인 원매자 네트워크, 매각전략, 현장감각 등이 핵심인데 정(재욱) 사장은 학계 중심으로 활동해온 인물인 만큼 매각업무에 검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매각 성공시 사장에 30억…'셀프 인센티브' 논란

현재로선 산은이 어떤 매각 전략 카드를 꺼내들지 판단하기 어렵다. 매각 의지는 확인된다. 최근 산은은 KDB생명 신속 매각을 위해 경영진에 최대 45억원의 인센티브를 내건 데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KDB생명은 최근 이사회에서 매각이 성사되면 사장에게 최대 30억원, 수석부사장에게 최대 1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공공기관 자회사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보수를 내건 것은 이례적이다.

KDB생명 정재욱 사장이 이동걸 회장과 친분관계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정 사장은 세종대학교 경영대 교수 출신으로 1999∼2004년 금융연구원에 근무했다. 이 기간 이 회장도 금융연구원에 몸담았다.

일각에서는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책금융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LP인만큼 KDB생명에 천문학적인 성과보수 지급을 용인했다는 점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산은이 원하는 가격에 넘길 수 있는 매수자 찾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KDB생명 매각에 성공한 경영진에 대한 성과보수를 책정했다는 것은 인수합병 시장과 KDB생명 매물 수준을 모르고 결정한 일과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산은은 2대주주 칸서스자산운용과의 소송전 등 매각과 관련된 송사도 해결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 사장에 이어 올해 수석부사장까지 교체한 것은 KDB생명 매각에 집중하겠다는 이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자본시장 관계자는 "원매자 입장에서 매각 전략을 짜지 않으면 매각 유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KDB생명의 강점인 변액보험 라이선스와 적당한 규모(설계사 2000명, 임직원 650명, 자기자본1조)를 최대한 부각시켜 국내외 인수후보에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렌지라이프가 기업공개에 성공한 배경도 글로벌 IR, 해외로드쇼에서 흥행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초 상장 금융지주로 데뷔한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도 해외로드쇼에 직접 나섰다.

한편 이동걸 회장은 KDB생명에 대해 "애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발언하는 등 조속한 매각 추진 의지를 표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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