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채 대신 수시채용…채용규모 감축(?)

  • 송고 2019.07.15 12:00
  • 수정 2019.07.15 12:01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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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인력 수시채용 현재 진행형…비중도 점점 늘어나

디지털 인력, 필요하면 수급?…"일반 지원 어떻게 하나"

시중은행들이 1년에 많으면 두 번 인력을 채용하는 공개 채용 대신 필요인력을 그때그때 수급하는 수시 채용으로 인재 채용 방법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연합

시중은행들이 1년에 많으면 두 번 인력을 채용하는 공개 채용 대신 필요인력을 그때그때 수급하는 수시 채용으로 인재 채용 방법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연합

시중은행들이 1년에 많으면 두 번 인력을 채용하는 공개 채용 대신 필요인력을 그때그때 수급하는 수시 채용으로 인재 채용 방법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장 공채 폐지와 채용규모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지만, 은행원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기존 정기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대폭 개편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기존 정기 공채 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나은행의 채용 방식 변화는 1991년 7월 공채 1기 채용 이후 29년 만이다. 수시 채용은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해 진행할 계획이다. 하나는 6~8주의 인턴 기간을 거쳐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과 디지털 등 전문 분야를 수시로 뽑는 '전문 분야 수시 채용'이다.

수시채용 확대 바람은 은행권 전체에 불 것으로도 예상된다.

앞서 신한은행 역시 올해부터 인력 채용 방향을 '창의 융합형 인재 확보'로 정하면서 채용 절차에서도 디지털·ICT 부문 인재를 연중 수시로 채용하는 '디지털 ICT 신한인 채용위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도 디지털 분야에 한해 전문인력을 수시채용하고 있으며 공채도 일반 및 IT 분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채용 방식을 바꾸는 것은 최근 변화되고 있는 은행의 디지털·ICT 역량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의 공채만으로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디지털·ICT 등의 분야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채보다 수시채용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정기 공채는 대규모 인력을 한 번에 충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이미 인력이 포화상태인 은행 상황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게 시중은행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대로 수시 채용은 부서의 특수성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뽑는 게 가능하다. 연간 채용 규모를 일괄적으로 정해놓고, 인력을 일단 대거로 뽑아두는 '그물형 채용'에서 필요 인력을 수급하는 '낚시형 채용'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채용 방식 변화가 채용 규모를 줄이고 또다른 채용비리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IT분야 인재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점포 통폐합 등으로 일반 행원에 대한 인력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이 같은 채용 방식으로의 전환은 은행의 전체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감축시킬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필요 인력을 적기에 수급하겠다는 것은 은행의 입맛에 맞는 직원을 골라 뽑겠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며 "은행권 채용비리에 늘어난 블라인드 채용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놓다"고 덧붙였다.

이에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채용방식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일 뿐 채용규모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당장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들 사이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취준생은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하나은행 취업은 채용방식이 변하기 전까지 더 빡세게(?) 준비해야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채용방식에 따른 조건 변화도 문제지만,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이런 변수들 하나하나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은 "공개(채용)에서 수시로 바뀌면 채용규모는 당연히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애초에 IT 전문인력 지원이 아닌 일반 은행원 지원자는 어떻게 입사하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갑작스럽게 채용 방식이 바뀌면 은행권 취준생들에게 혼란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 일각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확대 추세로 은행원의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은행은 아직까지 디지털 전문인력보다 일반 행원의 비중이 더 크고, 은행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일반 행원 채용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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