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환율전쟁] 격랑의 韓증시, 비관론 언제까지

  • 송고 2019.08.06 16:20
  • 수정 2019.08.07 16:50
  • 이형선 기자 (leehy30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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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이틀 연속 급락…코스피 2.39%·코스닥 3.21% 각각 하락 마감

미·중 한일 무역전쟁에 더해 MSCI 이벤트도 악재…증권가 "반등 어려워"

국내 증시가 국내외 악재로 1900선을 내줬다. 코스닥도 2년여 만에 6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역대 최대 낙폭이다.

주요 변수인 기업실적과 경기를 둘러싼 기대감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여기에 이달 말 중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 등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줄 추가 악재들도 산적해 있다. 증시 비관론이 점차 확산되는 배경이다.

◆국내 증시, 이틀 연속 급락…코스피 1.51%·코스닥 3.21% 각각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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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전일 역대 최악의 폭락장을 나타낸데 이어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9.48포인트(1.51%) 내린 1917.50으로 장을 마쳤다. 앞서 코스피는 전일(5일)에도 약 3년여 만에 1950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친데 이어 이날 개장과 동시에 장중 190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29포인트(3.21%) 내린 551.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 코스피의 두 배가 넘는 7%대 하락세로 장을 마친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는 미중 양국 간 관세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탓이다. 간밤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환율 전쟁 확전 공포로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9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7% 각각 무너져 내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충격파가 전해졌다.

미국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위안화의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것에 대해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 영향으로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했고,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증시에 하락 압력을 더했다. 전일(5일) 개장과 동시에 1,2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15.3원에 마감했다.

◆증권가 "당분간 증시 반등 어려워" 한 목소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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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된 상황에서 한일 경제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그간 국내 증시를 이끌어 온 반도체·정유·화학·자동차 등 대부분 종목들이 수출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 미중 환율전쟁의 발발은 국내 증시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무역전쟁 외에 여러 악재가 산적해있다는 점도 증시를 전망을 어둡게 한다. 우선 이달 말 예정된 중국 MSCI 편입 이슈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약 2조 달러로 추산된다. 만약 이번 조정을 통해 한국 비중이 축소된다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급락에 따른 반등보다는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FOMC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겠지만, 일본 정부의 추가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및 위안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은 부담스러운 신용융자잔고와 바이오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거래소의 경우도 반도체 Spot 가격 반등, 자동차 및 조선 수출 증가 등을 감안하면 최악은 지나고 있지만 당장의 위안화 약세 및 중국 MSCI 편입 등의 악재가 더 가까운 상황으로 반등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역갈등 우려로 인한 주가 조정이 기간 조정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미국의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갈등을 심화시키기 보단 사태를 해결하려는 스탠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서다. 따라서 미중 간 환율전쟁이 극단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게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FOMC 후 연준의 정책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됐고, 이에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다만 오는 8월 22~24일 잭슨홀 컨퍼런스에서의 파월의 연설에서 연준 정책 방향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더불어 추가 인하에 대한 힌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준의 보험성 금리인하를 확인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은 점차 안정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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