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 완성차 노조, 파업 향방 '촉각'

  • 송고 2019.08.14 14:19
  • 수정 2019.08.14 14:51
  • 권녕찬 기자 (kwones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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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교섭 선언 현대차 노조, 이날 일부 의견접근

르노삼성 내주 상견례 "파업만이 능사 아냐"

국내 완성차 로고 ⓒEBN

국내 완성차 로고 ⓒEBN


머리띠를 두르려던 완성차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고 대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급속하게 나빠진 경제상황으로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노사 교섭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맏형 격인 현대차 노조는 전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1차 회의에서 파업을 보류하고 사측과 집중교섭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당초 쟁위권을 확보한 현대차 노조는 지난주 하계휴가 이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파업을 미루고 이날부터 20일까지를 성실교섭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후 노사는 이날 오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17차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양측은 임금체계 개선 관련 사안과 특근임금 인상효과 제외 요구와 관련해 일부 의견접근을 이뤘다.

또 연차유급휴가와 장학제도 등 단협개정에 대해서도 의견일치를 봤으며 현재 진행 중인 실무 대화 채널을 지속 운영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18차 단체교섭 일정은 실무교섭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오는 19일부터 평일 잔업과 휴일 특근은 거부한다는 방침을 정한 노조는 성실교섭 마지막날인 20일 오후 쟁대위 2차 회의를 열어 향후 투쟁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앞서 기아차 노조도 지난 12일 쟁대위를 열고 파업 대신 교섭을 택했다. 이달 말까지 2주간 사측과 집중교섭을 한 뒤 26일 쟁대위를 다시 열 계획이다.

르노삼성도 내주부터 올해 임금협상에 돌입한다. 르노삼성 노조는 당초 13일부터 교섭 개시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15일 이후로 진행하자고 전달하면서 다소 연기됐다. 양측은 내주 상견례를 거쳐 본교섭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파업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교섭만 잘되면 파업까지 갈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의 경우 다소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투쟁 강도는 높이는 모습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인천 부평구 본사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며 사측을 압박했다. 임한택 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시기적 상황들이 만만치는 않다"면서도 "사측이 바라는 것이 투쟁이라면 반드시 이번 파업 투쟁으로 분명한 결과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지엠 노조는 전날 사측과 8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한국지엠도 현재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전날 팀장 및 임원, 직공장 등 현장 관리자를 대상으로 긴급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고 회사 생존에 힘을 모아달라며 호소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완성차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파업을 유보하며 명분을 챙긴 노조가 다시 파업 기치를 들지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나빠진 상황에서 노조가 결국 파업을 선택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라며 "노조는 집중교섭을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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