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채권·자산 덕에…이익 급전직하 방어

  • 송고 2019.08.16 14:24
  • 수정 2019.08.16 14:25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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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제외한 손보사, 채권처분·평가이익 시현으로 실적하락 방어

증권가 "채권매각은 '곳간 빼먹기’와 같지만 주당배당금 축소 우려"

상위 5개 손보사 가운데 메리츠화재를 뺀 나머지 보험사들이 모두 10~30%대의 순이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EBN

상위 5개 손보사 가운데 메리츠화재를 뺀 나머지 보험사들이 모두 10~30%대의 순이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EBN


상위 5개 손보사 가운데 메리츠화재를 뺀 나머지 보험사들이 모두 10~30%대의 순이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손보사 전반적으로는 투자영업이익으로 보험영업실적 악화를 상쇄해 손보업계는 이익 하락폭을 줄인 데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알짜 채권을 내다팔아 손익을 맞춘 경우가 있어서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98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5423억원 대비 28.77% 축소됐다.

현대해상이 지난해 상반기 순익 2565억원에서 올해 1639억원으로 36.1%,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대 다음으로 삼성화재는 지난해 상반기 6656억원에서 4261억원으로 36.0% 줄었다. DB손보(31.3%), KB손보(11.6%) 등 업계 상위사 대부분이 마이너스 경영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해상은 대규모 채권 매각으로 이익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 기준 투자이익 3563억 중 평가/처분이익은 841억원(이를 제외한 투자이익률은 2.94%)에 달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 채권의 매각을 통한 투자이익 증가는 이원차 스프레드(spread)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질적으로 좋은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다만 적절한 채권 매각은 연간 당기순이익 및 주당배당금(DPS)의 급격한 감소를 막기 위한 사측의 노력인 만큼 매각이익을 시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해석했다.

손보사 중 유일하게 전년동기보다 성장한 메리츠화재도 실상은 채권처분이익으로 이익을 늘린 결과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1% 늘어난 1361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

하지만 메리츠 순익 증가는 보험영업적자가 1245억원 불어난 상황에서 일회성 채권처분이익으로 인한 투자영업이익이 1190억원 증가해 보험영업실적 악화를 방어한 데서 비롯됐다. 보험영업 내용면에서는 메리츠 역시 어려움을 겪었던 셈이다.

DB손해보험도 채권 매각을 통해 이익을 확보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은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과 단기매매계정의 채권 매각을 통해 일정부분 투자수익 확보를 추진해 주당배당금 방어를 했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DB손보는 보험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사상 최악의 2분기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7.8% 수준의 자기자본이익율(ROE)을 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채권처분과 평가이익 시현으로 3.5% 대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해서다. 강 연구원은 "투자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2.4%나 불어났지만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시중금리 급락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상위 손보사 중 삼성화재는 채권 매각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삼성화재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관계사 지분 매각손실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하락했다.

앞서 삼성화재는 주당배당금 감소폭 축소를 위한 인위적인 채권 매각은 지양한다고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언급한 바 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손해보험업종이 일시적 이익 침체 구간이 발생했을 때, '보유자산 처분이익 실현'이라는 순이익 진폭을 줄여줄 수 있는 쿠션이 있었지만 올해 삼성화재 경영 성과에는 이같은 쿠션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런 삼성화재에 대해 성 연구원은 "'곳간 빼먹기'를 지양하는 정도 경영이라는 점과 하반기 보험업계가 금융당국과 두 가지 요율(車보험, 실손 의료보험) 인상폭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의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이지만 예상 배당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주가 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가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도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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