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소재업계 "불황 극복 전략은 선제적 투자"

  • 송고 2019.08.20 14:24
  • 수정 2019.08.20 14:46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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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전기차·비-IT제품 등 배터리 전방산업 수요 증가

LG화학·삼성SDI·SK이노, 2023년까지 해외 공장 증설

일진·SKC 등 배터리 소재업체도 생산규모 확장 움직임

남경 신강 개발구에 위치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남경 신강 개발구에 위치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배터리업계가 투자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재업체 일진머티리얼즈·SKC는 생산능력을 대폭 키운다는 방침이다.

20일 배터리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폴란드와 중국에서 중대형 전지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을 진행 중이다. 13조원 이상을 투자한 증설이 마무리되면 올해 20GWh인 생산능력은 2023년 210GWh까지 10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폴란드 공장은 올해에만 2배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 난징 공장의 경우 지난해보다 이미 생산능력이 2배 증가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화학은 신규 고객사 확보 여부에 따라 추가 투자도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타입별로도 투자를 강화한다. LG화학의 중대형 배터리는 파우치형이 절대적이지만 최근에는 북미 지역 공급 가능성 확대에 따라 원통형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삼성SDI도 2023년까지 중대형 배터리 전지 생산능력을 키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3조 2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와 국내 울산 공장을 걸쳐 올해 20GWh에서 2023년 90GWh까지 증설을 진행한다.

삼성SDI는 중장기 관점으로 접근해 소형 전지에도 투자를 지속한다. 비-IT부문 수요 대응에도 나선다. 기존 매출의 중심인 각형 배터리와 함께 원통형 배터리도 키워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와 미국 공장 증설을 통해 올해 5GWh였던 생산능력을 2022년 60GWh까지 105%나 늘린다. 2025년에는 100GWh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 불황에도 배터리 제조사가 이처럼 증설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이유는 ESS, 전기차, 비-IT 등 전방산업 수요가 본격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사는 최근 2년 새 20번이 넘는 화재가 발생한 ESS 악재로 직격탄을 맞아 올해 1·2분기 실적이 악화됐지만, 지난 6월 제조결함과 관리부실 때문에 ESS 화재가 발생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정상화 돼 가는 모양새다.

지난 13일에는 LG전자가 소규모 태양광 발전용 올인원 ESS를 출시를 알리며 ESS에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추후 ESS용 배터리 수요가 올해 13GWh에서 2023년 35GWh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NE리서치는 ESS 리튬이온전지 시장이 연평균 26%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배터리 제조사의 실적을 견인하는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는 올해 162GWh에서 2023년 720GWh까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 순수 전기차 BEV 수요는 2023년 900만대까지 늘어난다는 추정은 배터리 제조사의 투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전동 공구, 가정용 청소기 등 비-IT 배터리 수요 증가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총 망라한 글로벌 2차전지 수요는 올해 248GWh에서 2023년 866GWh로 연평균 38%의 점진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자료=KTB투자증권]

[자료=KTB투자증권]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사들도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터리 소재사의 전방산업인 배터리 제조사의 증설 투자가 영향을 미쳤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 제조사들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국내와 말레이시아에 일렉포일(동박) 생산 공장을 둔 일진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에 증설을 결정했다. 올해 초 연간 1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해 현재 총 3만 3000톤의 생산규모를 구축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2020년 말 연간 4만5000톤 규모 생산을 목표로 증설을 추가 진행 중이다. 추후 5만톤까지 생산규모를 늘린다는 목표다.

올해 6월 동박 생산기업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 인수를 결의한 SKC도 증설 계획을 내놨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SKC는 최대 5만톤 추가 증설이 가능한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설이 진행되면 현재 2만톤인 KCFT의 동박 생산능력은 2022년 6만톤까지 증가하게 된다. 2025년에는 국내 6만톤에 해외 7만톤이 더해져 총 13만톤 규모로 확대된다.

동박의 경우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매년 벌어질 전망이어서 또다른 추가 증설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9만톤으로 비등했던 수요와 공급 격차는 2025년 수요 80만톤, 공급 58만톤으로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포스코케미칼이 배터리용 양극재·음극재 사업을 대폭 확장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광양 율촌산단 내 양극재 공장에 6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준공해 이미 가동 중인 구미 공장 생산능력과 더불어 총 연간 1만 5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포스코케미칼은 광양공장 설비 증설에 이어 2020년 3월 완공을 목표로 2단계 2만4000톤 규모의 증설을 추진한다. 또 향후 시장상황과 수주를 고려해 광양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8만톤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전기차 부문 수요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고 국내에서는 ESS 발주가 시작되는 등 투자 재개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그룹내 전폭적인 지지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 전략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투자 규모가 월등히 크지만 수익면에서는 배터리 소재업체들이 투자대비 더 많은 성과를 거둬들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일렉포일[사진제공=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일렉포일[사진제공=일진머티리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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