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 게임산업, 비생산적 특성에 '중독' 시각 팽배"

  • 송고 2019.08.21 17:12
  • 수정 2019.08.21 17:14
  • 안신혜 기자 (doubletap@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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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 주장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세미나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에서 이동연 한예종 교수(왼쪽)와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EBN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세미나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에서 이동연 한예종 교수(왼쪽)와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EBN

게임 중독문제가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 게임산업은 국가주도적 사업이자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발전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즉 게임은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인식하면서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꼽혀왔다는 얘기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21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세미나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에서 "게임이 가진 불확실성, 비생산적인 특성이 정확한 성장 데이터 등 수치를 요구하는 사회의 시선과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 당시 미디어 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게임의 놀이적 특성인 '비생산적', '불확실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집행위원은 "게임산업, 특히 온라인게임은 IMF 금융위기 이후 국가적으로 추진된 정보화사업의 흐름 속에서 구축된 통신망을 바탕으로 발전했고,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게임 산업 규모는 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게임산업 종사자는 8만1932명으로 전체 콘텐츠 산업 종사자 의 12.7%를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 수출액은 59억230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7.2%에 달했다. 수출액의 경우 다른 콘텐츠 사업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집행위원은 "그러나 동시에 게임은 놀이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비생산적, 일탈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놀이가 물질적인 대가 없이 재미를 얻기 위한 행동이며, 게임은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능적, 부차적인 개념으로 인식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 집행위원은 가시적인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에서 게임이 학업과 직업을 방해하는 장애물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과 게임이용장애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PC보급이 청소년들에게 학습용으로 보급됐던 것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학업스트레스와 부모의 간섭이 큰 한국 사회에서 게임의 '저성과의 의료화' 관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게임을 많이해도 성적이 좋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올해 WHO가 게임을 장애를 유발하는 질병코드로 규정하면서 청소년을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종임 집행위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정부부처 및 세대 간의 갈등만 주목되고 있다"며 "게임질병코드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시간이 투자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 사회를 맡은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WHO가 게임을 질병코드로 분류하겠다고 의결한 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며 "게임을 문화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황성기 한국게임자율기구 의장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게임이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이 자리잡기를 기원한다"며 "특히 민관협의체가 중독, 질병 편협된 시각이 아닌 문화라는 시각으로 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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