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제 드라이브 거는 은행들…왜?

  • 송고 2019.09.02 14:55
  • 수정 2019.09.02 15:37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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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제 시작 동시에 40시간 주문…효율적 업무·워라밸 취지에도 반응 '불편'

기본 제도 딱딱한데…PC오프제 등 부가 제도, 시간 외 수당 반려 장치로 악용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시중은행들이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주 40시간 근무제를 목표로 움직이는 모습이다.ⓒ연합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시중은행들이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주 40시간 근무제를 목표로 움직이는 모습이다.ⓒ연합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시중은행들이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주 40시간 근무제를 목표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일단은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효율적 업무와 스마트 근로문화 정착을 취지로 이뤄진 주문이기는 하다. 은행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이미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 추가 주문이 혼란과 불만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들은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거의 동시에 주 40시간 근무제 적용을 주문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는 시점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주 40시간 근무제를 지시했다.

진 행장은 "신한은 궁극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려 한다"며 "본점은 업무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지점에선 그 날 일은 그 날 끝내야 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하반기부터 '주 40시간 근무' 이행 여부를 점검해 KPI에 반영시켰다. 영업점 직원의 평균 근무시간을 계산해 40시간 근무 실천 여부를 영업점 성과로 인정하는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3일 정기인사에서 '주 40시간 근무'의 빠른 정착을 위해 150여명의 본점 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주 40시간제 도입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있어 영업점 인력을 충원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 7월5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일산연수원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40시간 근무제 시행을 주문했다.

이날 윤 회장은 "하반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전체 '워크 다이어트(Work Diet)' 및 '워크 스마트(Work Smart)'를 통한 주 52시간, 나아가 주 40시간 근무 체제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주 40시간 근무체계 구축에 방점을 두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하반기 인사에서 본부인력 120여명을 영업점으로 보냈다.

이에 따라 기존 75개였던 본점 부서는 유사 기능 및 시너지를 고려해 66개 부서로 줄어들며, 총 274명의 인력이 감축됐다. 감축된 인력은 글로벌 등 미래 핵심성장부문과 혼잡 영업점으로 재배치됐다.

하반기 조직개편은 금융 산업의 디지털 전환 추세와 주 40시간 근무체계 구축을 위한 변화에 방점을 두고 추진됐다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주 40시간 근무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을 일환으로 주 52시간제가 이미 도입된 만큼 초과근무까지 줄여 근로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업무 효율성도 높이기 위함이다.

현재 은행권에 정식으로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는 하루 8시간 기본근무에 초과근무 12시간을 더한 것이다. 주 40시간 근무는 초과근무 시간까지 줄이자는 근로 지침이다.

다만, 영업 현장 등에서는 주 40시간제 도입 탓에 업무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주 40시간'이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주 40시간 외 연장근로 12시간이 법적으로 허용된 주 52시간 내에 포함되면서 시간 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은행에서는 노사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연장근로 12시간을 제외한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 지점에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준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부서는 물론 영업점에서는 시간 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기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한 유연근무제가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병행되고 있는 PC오프제가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통상 은행이 문을 여는 9시전부터 나와 영업을 준비하지만, 정시 출퇴근을 강제하면서 일부 직원들은 영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할뿐더러 기존 시간외근무로 인정받은 것도 최근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일부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 52시간 도입 이후 '저녁이 있는 삶'으로의 전환은 확실히 느껴지지만, 제도 도입의 취지인 업무 효율성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며 "융통성 없는 제도에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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