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금리는 하향, 문턱은 상향…수요 어쩌나

  • 송고 2019.09.06 11:14
  • 수정 2019.09.06 11:14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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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두 달 연속 4조원대 증가세…분양물량 증가에 집값 상승 기대도↑

경기 침체로 대출 부실 가능성 살피는 은행, 신 예대율 규제에 대출 행태도 보수적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 중반대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조정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은행 대출금리는 연말까지 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도 예상된다. 2%초반을 넘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연합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 중반대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조정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은행 대출금리는 연말까지 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도 예상된다. 2%초반을 넘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연합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 중반대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조정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은행 대출금리는 연말까지 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도 예상된다. 2%초반을 넘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출금리가 줄줄이 떨어지는 만큼 대출자들의 수요가 꿈틀대고 있지만, 하반기 들어 은행들은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예수금 늘리기에 집중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예기치 못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몰려오는 데다 내년부터 새로운 예대율 규제 적용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이미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596조7941억원이었다. 이는 지난달보다 4조9759억원 늘어난 수치로 2개월 연속 4조원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금리하락에 따라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더해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도 대출 수요를 자극시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석 이후부터 신규 분양물량이 증가하고, 집값 상승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인 9월 셋째 주부터 10월 마지막 주까지 전국에서 총 4만6785가구(일반분양 물량 기준)의 분양 계획이 잡혀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물량(1만8484가구)의 2.5배로, 최근 5년을 놓고 봤을 때 2016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집값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5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9월 1주 수도권 집값이 0.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0.03%)은 지난주와 비슷한 상승폭을 기록했고 인천(0.03%→0.04%)과 경기(0.01%→0.04%)는 상승폭을 키웠다.

대출수요가 벌써부터 꿈틀대고 있지만, 영업 환경에 변수가 생긴 은행들은 연말까지 대출 행태를 보수적인 자세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경기 침체로 기존에 내준 기업·가계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미·중 무역전쟁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지만, 그외에 일본의 수출규제, 홍콩 시위, 영국 브렉시트 등의 악재들도 주시하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신 예대율도 발목을 잡았다.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에 대한 가중치는 15% 내리는 신 예대율이 도입되면 시중은행 예대율이 일제히 규제 수준인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원화대출금을 원화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를 100% 이하로 맞추지 않으면 추가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신 예대율은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라는 일종의 대출규제 정책으로 은행들은 규제 시행에 앞서 남은 4개월간 대출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제한하기 위해 2017년부터 실시해온 가계대출총량규제 역시 제약요인이다. 이와 관련 올해 상반기 예금은행 가계신용 증가율이 지난해 6월 말 대비 4.3%에 그쳐 관리목표치(5%)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가계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여전히 커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은 후보자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 내로 관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가계대출 규제를 지속·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은 후보자의 말처럼 가계부채 증가율을 5% 이내로 제한할 경우 예금은행이 올 8월 이후 확대할 수 있는 가계신용 여력은 14조원에 불과하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26조4306억원 순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나눠 쓸 수 있는 대출 여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금융권이 일제히 가계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 취약 차주부터 대출 문턱이 높아져 가계대출 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62.7%였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올해 1분기 72.6%까지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중신용자는 28.8%에서 21.7%로, 저신용자로 8.5%에서 5.7%로 꾸준히 감소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할수록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난 반면 취약 차주의 비중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취약 차주가 주로 몰리는 제2금융권도 가계대출 영업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저축은행·협동조합·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6월 말 기준 317조7000억원으로 올 상반기 역성장했다. 2분기 들어 5000억원 순증으로 전환했으나 1분기 감소 폭이 3조5000억원에 달한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 취약 차주들이 은행권의 높은 대출 문턱에 상환 부담이 높은 대출로 밀릴 가능성이 나온다"며 "새로운 규제가 은행의 영업 환경을 변화시킨 만큼 피해가 예상되는 취약 차주들을 위한 정책적 가이드라인도 추가로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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