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취임 2주년…산은, 출자사 매각 여전히 안갯속

  • 송고 2019.09.09 06:00
  • 수정 2019.09.09 08:50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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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매각" 강조 불구 대우조선·아시아나·KDB생명 연내 매각 쉽지 않아

경기침체 속 M&A 흥행 저조…후보군 지목된 대기업들 줄줄이 인수전 불참

지난 5일 대우조선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매각규탄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EBN

지난 5일 대우조선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매각규탄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EBN

임기 중 최대한 많은 출자사를 정리하겠다고 강조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오는 11일 취임 2주년을 맞이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 추진, 아시아나항공 매각절차 개시 등 적극적인 출자사 정리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출자사 정리작업 중 어느 것 하나도 연내 매각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5일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서울시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점에서 상경집회를 실시했다. 빗속에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이동걸을 끌어내리자"는 구호를 외치며 본점을 향해 날계란을 투척해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8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을 위해서는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이해관계에 있는 국가들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신청서 접수도 마무리되지 않아 연내 합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경쟁사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중복되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동걸 회장은 "산업재편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인수대상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밖에 없는 상황이고 현대중공업과 공감대를 이뤄 우선적으로 M&A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 중 대우조선 인수에 나설 후보군이 없다는 점에서 이동걸 회장 입장에서는 헐값매각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해준다면 고마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계약 체결 이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으나 합병절차가 언제 마무리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척당 적게는 수백억원,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선의 경우 2000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발주하는 글로벌 선사 입장에서는 지배구조가 불확실해진 대우조선과 계약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대우조선은 30억달러 규모의 선박 17척을 수주했다. 연간 수주목표인 83억7000만달러에 비하면 목표달성률은 36%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의 수주목표는 이미 선사와 협상이 진행 중인 계약건들을 감안해 결정하므로 올해 수주목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선사의 선박 운용계획 등에 따라 올해 계약과 선박 건조에 돌입해야 하는 일정을 반영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주가 부진하다는 것은 선사의 계획이 변경됐거나 중국 등 다른 조선소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적인 성향인 선사들 입장에서 척당 수백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선박 발주를 두고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다거나 자금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조선소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라며 "인수합병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대우조선이 수주해야 할 선박들이 중국 등 외국으로 가는 사례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두번 다시 없을 기회", "돈만 있다면 내가 사고 싶을 정도"라며 이동걸 회장이 자신감을 보였던 아시아나항공의 연내매각도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KCGI 등이 입찰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SK, 한화, GS 등 대기업의 참여가 기대됐으나 기존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들만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참패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인수합병 외에 항공산업 진출이 쉽지 않다는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분기 124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도 상반기 기준 9조6000억원에 달해 '승자의 저주'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은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를 포함한 통매각이 어려울 경우 분할매각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나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중 유일하게 인수자금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이 본입찰서 뒤돌아설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불발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헐값매각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임기 중 최대한 많은 출자사를 정리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이동걸 회장은 통매각시 2조원 규모로 평가받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과정에서 인수에 나선 기업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회장이 특히 신경쓰고 있는 KDB생명은 네번째 매각에 나섰다.

지난 2010년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보험을 인수한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산업은행이 바라는 금액과 시장에서 평가하는 매각가치가 차이를 보이며 번번이 무산돼왔다.

ⓒKDB생명

ⓒKDB생명

올해 상반기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232.66%까지 높아졌으며 당기순이익도 335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는 크게 개선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KDB생명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올해 99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KDB생명은 내년까지 총 5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와 증자에 그동안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장부가도 1조원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감안한 시장의 평가는 50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이동걸 회장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변수다.

지난 2018년 9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회장은 KDB생명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이동걸 회장은 "출자사 매각을 추진할 때마다 언론들이 출자사 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밀실매각'이라는 기사를 올리는데 M&A를 비공개로 하지 공개적으로 추진하면 그게 성사가 되겠나"라며 "KDB생명의 경우 인수하지 말아야 할 기업을 인수한 것인데 최대한 빨리 주인을 찾아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에 45억원의 인센티브까지 거론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이동걸 회장의 바람처럼 매각이 이뤄질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KDB생명의 낮은 시장가치는 매각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생보업계 업황이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시장이 침체된 것도 매각 흥행이 어려운 이유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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