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10달러 돌파하나…정유업계 '기대'

  • 송고 2019.10.01 11:00
  • 수정 2019.10.01 11:04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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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유시설 피격 이후 중동 지정학적 갈등 지속

4분기 IMO 2020 영향권…정제마진 배럴당 3달러 상승

선주, 중동발 물량 대신 아시아 저유황유 제품 선호

4분기 정유업계가 웃을 것으로 보인다. 9월 중 발생한 사우디 피격이 국내 정유업계에는 터닝포인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10월부터 IMO 2020 효과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9월 급등한 정제마진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정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정제마진은 세 달 째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웃돌고 있다.

특히 9월 중 크게 올랐다. 9월 첫째주 배럴당 5.4달러를 기록한 정제마진은 2주 후 10.1달러까지 치솟았다. 그 다음주인 9월 넷째주엔 배럴당 8달러로 내려 앉았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크게 상회한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10.1달러까지 급등한 것은 2년여 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피격으로 원유차질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는 4분기 정유업계에 금상첨화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 정유시설 피격은 중동 내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우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란의 군사도발을 국제사회가 나서서 막지 않으면 유가가 폭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정제마진 오름세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정유시설 피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중동 산유국들이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30%,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동 지역 갈등을 막지 못해 이 모든 것이 중단된다면 세계 경제는 붕괴될 것"이라고 이란에 경고장을 던지기도 했다.

또 미국 국방부는 사우디의 요청에 따라 사우디에 패트리엇 미사일 1개 포대와 센티널 레이더 4대, 그리고 200여 명의 미군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중동지역의 갈등 고조가 유가와 함께 정제마진도 끌어올려서 배럴당 8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게다가 4분기는 IMO 2020 영향권으로 진입하는 시기다. 증권업계는 IMO 2020이 4분기 정제마진을 최소한 배럴당 3달러 가량 끌어올려 정유사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황함량 기준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IMO 2020으로 경유 수요가 3.2%에 달하는 증가 폭을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일반 수요 증가분까지 합치면 2020년 글로벌 경유 수요는 4% 내외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앞서 4%대 수요 개선이 나타났던 2004년, 2010년 연평균 경유 마진은 배럴당 4~5달러 상승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4분기 이런 상황이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MO 2020으로 인한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상황을 전제해도 전체 정제마진은 최소한 배럴당 3달러 이상 오른다는 예측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정제마진인 배럴당 8달러에 IMO 2020으로 인한 최소 상승분만 더해도 4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10달러를 상회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제마진이 유지되려면 유가 상승분이 석유제품에 바로 반영되고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다수의 화주들과 초저유황 연료유(VLSFO)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고,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박이다.

또 중동 지역의 운임, 보험료 급등으로 선주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꺼리는 대신 중동발 물량의 반대급부로 아시아 지역의 저유황유 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점도 정제마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유업계가 영업손실을 기록해 실적 반등이 절실한 시점인데 9월 정제마진이 크게 올랐고, 이 오름세가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불행 중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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