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 배터리 생산 '가속'…韓 "원재료 확보 총력"

  • 송고 2019.10.02 06:00
  • 수정 2019.10.02 08:17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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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EU 컨소시엄 첫 시험공장 올해 착공

유럽 배터리 시장 연간 2500억 유로 성장 전망

국내 배터리 기업, 장기 계약으로 원재료 확보

지난해 열린 EU 배터리연합 고위급 회의

지난해 열린 EU 배터리연합 고위급 회의

5년 후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 변동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이 장악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완성차 기업이 대거 포진한 유럽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BMW 등 유럽 다수의 완성차 업체는 한국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아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 배터리 생산체계가 구축되면 한·중·일 배터리 경쟁력은 지금보다 현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경쟁력 확보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재료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주도하는 유럽 배터리 컨소시엄이 올해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컨소시엄은 연내 프랑스 남서부 누벨아키텐 지역에 시험공장을 착공한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이 4년간 최대 60억원(약 8조원)을 공동 투자해 양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에어버스 배터리' 계획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말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부 장관은 "컨소시엄의 첫 번째 시험공장은 오는 2022년 프랑스에서 가동에 들어간다"며 "EU(유럽연합) 국가들이 두 번째 배터리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번째 공장은 2024년 독일에서 가동된다. 외신에 따르면 BMW 등 독일차 업체들도 참여한다. 현재 아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는 BMW 등은 컨소시엄을 통해 공급망을 유럽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EU가 유럽 내 배터리 공장을 짓는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 지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독일 외에도 EU 국가에 배터리 공장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EU는 1000만 유로(약 13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기술 연구, 정보 공유 등 또한 촉진하고 있다. EU는 2025년 이후 연간 최대 2500억 유로(약 3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유럽 배터리 시장을 수호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원재료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EU가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끌어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시간에 국내 기업은 원가 경쟁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배터리 연구와 생산을 해온 국내 기업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원료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원료 수급 안정성 확보가 아쉽다는 평가다.

배터리 원료인 리튬, 코발트, 수산화리튬 등은 국내 확보가 어려워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해외 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원재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8월 TLK와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9월에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분야에서 양극재 표면 가공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벨기에 유미코아(Umicore)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포스코 컨소시엄와 함께 칠레 생산진흥청(CORFO)의 리튬 개발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돼 칠레에서 리튬을 싼값에 대량 사들인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리튬을 원료로 현지에서 양극재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포스코-삼성SDI 컨소시엄은 칠레 북부 메히요네스시에 양극재 생산 합작공장을 설립해 2021년 하반기부터 연간 3200톤 규모의 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톈치(天齊)리튬의 자회사 호주 톈치리튬퀴나나(TLK)와 수산화리튬을 2024년까지 공급받는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원재료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심해 장기계약을 맺기 쉽지 않다. 때문에 폐배터리 등을 활용한 자체 원재료 조달 방안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배터리 생산을 해도 단기간에 실적이 뒤집히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밀릴 가능성이 커 기술은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낮춰 배터리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게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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