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전환대출에 은행, 국채 급매도 우려 '글쎄'

  • 송고 2019.10.04 11:31
  • 수정 2019.10.04 11:31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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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순매수 52.3% 은행이 급매 나서면 시장 약세 압력…물량 한도에 매도 우려는 '기우'

바젤위원회 요구 안정성에 금융채보다 국채가 더 적합…"국채 비중 섣불리 줄이진 않을 것"

은행권이 오는 12월 제2안심전환대출용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앞두고 채권물량 조정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영향은 제힌적일 것이란 분석이다.ⓒKTB투자증권

은행권이 오는 12월 제2안심전환대출용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앞두고 채권물량 조정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영향은 제힌적일 것이란 분석이다.ⓒKTB투자증권


은행권이 오는 12월 제2안심전환대출용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앞두고 채권물량 조정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심전환대출 시행에 따라 은행이 MBS 발행 물량 20조원을 공급해야하는데다 의무 보유기간 또한 예상보다 늘어난 3년으로 확대되자 수급부담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MBS 물량 20조원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국채 잔액을 급 처분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제2안심전환대출 시행에 따라 은행의 MBS 의무 보유기간이 3년으로 발표됐다. 2015년 첫 도입 당시 의무 보유기간이 1년인 것과 비교해서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해당 대출이 시행되면 기존의 은행 가계대출 20조원을 주택금융공사가 대환해주고 주택금융공사는 MBS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은 양도대금을 받은 비중만큼 MBS를 의무로 매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보유채권 회수기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기존에 갖고 있던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기여도가 낮은 국채 등 장기채를 일부 매도할 가능성 등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채권 투자금 회수기간이 길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가급적 회수기간이 짧은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 중인 채권도 잔존 만기가 짧은 단기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이 보유한 채권 약 334조원 가운데 발행 만기가 1~3년으로 짧은 채권은 약 283조원으로, 전체의 85%에 달한다. 지난달 은행권의 전체 채권 순매수액 약 15조3514억원 가운데 1~3년 만기 채권 순매수 규모는 11조5676억원, 5~10년 만기 채권 순매수는 3조6176억원이다.

이와 관련,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MBS 신규 발행분에 대해서는 은행이 물량을 대부분 떠안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고채 시장 순매수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은행이 국고채 등 국채 매도에 나서면 시장은 약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6대 은행이 보유한 우리나라 국채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8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 국채 순매수에서 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52.3% 수준이다.

그러나 MBS 공급 증가 등 수급이 국채 매도는 물론 향후 채권 금리 추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MBS는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가 최종 상환의무를 지는 반면, 국고채 등 국채는 국가가 상환의무를 진다. 시스템 리스크가 찾아왔을 때 공기업과 국가의 상환능력은 차이가 있는 만큼 바젤위원회가 요구하는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은행이 국채 비중을 섣불리 줄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유동성 자산 측면에서 보면, 국채와 MBS는 엄밀히 말해 자산의 성격이 다르고,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 부담이 더 적은 국채를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구조뿐만 아니라 바젤위원회가 요구하는 안정성에는 레벨1 자산 중에서도 자산의 종류 혹은 발행인 구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국채 급매도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MBS 발행과 내년 적자국채 물량을 고려했을 때 마찰적 금리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시적일 것"이라며 "은행이 MBS 매입 과정에서 국채를 매도하고 MBS로만 채울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고 판단했다.

매도할 수 있는 물량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은행의 '팔자' 행렬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발행시장에서 매수 후 유통시장에 매도할 경우 잔액이 마이너스로 집계되는 구조에 따라 10년 초과 국채의 잔액은 순매도종목을 포함하면 -24조원, 순매도종목을 제외하면 46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며 "국채 잔액 중 10년 초과물 비중이 0~1% 사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혁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한 MBS 발행의 경우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6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행될 예정으로 급격한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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