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태, 성과주의에 무너진 소비자보호제도

  • 송고 2019.11.05 18:30
  • 수정 2019.11.05 23:30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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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기조 속 예대마진 축소 만회 위해 무리한 영업압박 이뤄져

사모펀드는 금융감독 '사각지대'…금감원 조기 파악·대응에 한계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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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DLF사태로 본 설계-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 문제 토론회'에서는 은행들이 DLF(Derivative Linked Fund) 상품을 판매하면서 불거진 위법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미스터리쇼핑'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기조 장기화로 은행권이 수수료수익 증대를 추구하는 이상 이와 같은 사태는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업계가 내부통제기준이나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영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DLF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태가 크게 부각되고 이슈화됐을 뿐 금융권에서는 항상 반복돼왔던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은 조사관은 "DLF사건이 특별한 사건인 것 같지만 관련업무를 많이 다루는 입장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은 흔히 발생하고 있다"며 "일반투자자들이 많은 손해를 본 사건도 여러차례 있었으나 소비자들이 충분히 구제받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DLF사태와 유사한 사건으로 우리파워인컴펀드 사례를 꼽은 조영은 조사관은 소송보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형사상 소송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금융 관련 소송의 경우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까지도 걸린 사례가 있는데 이 기간에 피해자인 일반투자자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영은 조사관의 지적이다.

우리파워인컴펀드의 피해자 대부분이 어떤 상품인지 알았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고령의 투자자들인데 불완전판매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은행의 내부통제 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DLF사태와 유사한 부분이다.

조영은 조사관은 "미스터리쇼핑 등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수수료수입을 늘리기 위해 영업압박에 나섰고 이런 정책이 KPI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은행은 타행 대비 수수료수입 성과를 2배에서 7배까지 높게 책정하며 직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금리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예대마진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파생상품 판매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고 내부통제시스템과 KPI 개선 없이는 소비자피해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DLF사태를 조사한 금감원 측은 은행들이 판매한 DLF 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의 리스크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금융상품에 대해 일일이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손실우려만으로 제재나 주의보를 발령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우현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부국장은 "DLF사태와 관련해 전례가 없는 중간조사발표를 실시했고 지난주 금요일 조사를 마무리했다"며 "분조위에서 결정되는 배상비율이 최대 70%이고 투자자책임을 강조한다는 시각이 있으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직원도 이해하는데 한나절이 걸린 DLF상품의 구조를 고령의 투자자들이 이해하고 가입했을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며 "DLF상품의 기초자산을 일반인이 확인할 수 없어 은행의 설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우현 부국장은 DLF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적으로는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축소됨에 따라 파생상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 수익의 기반이 되는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증권을 많이 팔아 이를 만회하려는 모습이 많아졌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어느정도 자산을 가진 고령층을 상대로 파생상품 판매가 집중됐을 것이라는 게 정우현 부국장의 분석이다.

공모펀드와 달리 증권신고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점도 금감원이 DLF사태를 조기에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투자자들은 은행권이 공모펀드와 동일한 절차를 거쳐 사모펀드인 DLF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에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며 수익구조가 동일한 파생상품을 매입해 위험을 헤지하는 백투백헤지를 통해 리스크를 완전회피한 금융회사들은 수수료수익만 챙기면 됐으므로 손실에 대한 리스크를 간과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은행권의 파생상품을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 은행의 경영자율사항인 KPI를 금감원이 지도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다.

정우현 부국장은 "사모펀드의 경우 증권발행신고서나 투자설명서가 없기 때문에 판매행태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며 "정부 정책이 사모펀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데다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중지나 이와 같은 권유를 한다면 시장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이 'DLF사태로 본 초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으며 전문수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가 'DLF 즈우건 판매 은행의 투자자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교수를 좌장으로 조영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백병성 소비자문제연구소장, 정우현 금융감독원 부국장이 참여한 가운데 종합토론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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