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원 불명확 원인은?

  • 입력 2020.01.10 15:32
  • 수정 2020.01.10 15:33
  • 동지훈 기자 (jeehoon@ebn.co.kr)

질병관리본부 균주 출처 단순 기재…올해부터 허가제 전환

기업별 유전체 염기서열 전체 공개 필요성도 제기

그동안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성장을 거듭한 것과는 달리,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에 제출되는 서류에서 균주 출처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 탓이다.

다만 업계에선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가제의 시행으로 안전성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와 함께 보툴리눔 톡신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시판허가를 받았거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업체는 10곳이다. 여기에 상업화를 하겠다고 발표한 업체 13곳을 더하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은 23곳에 달한다.

대표적 기업은 대웅제약과 휴젤, 메디톡스, 휴온스 등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1979년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공여받은 타입 A 홀 하이퍼(type A Hall hyper) 균주를 보유하고 있다.

휴젤의 균주는 CBFC26으로 부패한 통조림에서 발견됐다고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6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에 위치한 마굿간 토양에서 발견한 홀(Hall) 균주를 갖고 있다. 휴온스는 국내 바이오 기업 바이오토피아로부터 ATCC3502 균주를 분양받았다. 바이오토피아는 돼지 사육장 인근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판허가를 얻은 4개 기업 외에 파마 리서치 바이오, 이니바이오 등 6개 기업이 임상 승인을 받았거나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제테마, 프로톡스, 칸젠,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보툴리눔 톡신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보툴리눔 톡신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은 미국과 중국, 프랑스 독일에서 각각 한 곳뿐이다.

유독 국내에만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 많은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간단한 신고 절차에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행법상 보툴리눔 톡신 기업은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균주 기원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에는 균주 획득 경위에 대한 자세한 기술 없이 균주가 발견된 물건이나 위치만 기재되며, 질본은 별도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이 질본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균주 출처는 '토양', '부패한 통조림', '축산 농가의 소 분변' 등으로만 명시돼있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선 균주 출처는 물론 기업 대표의 전문성, 범죄 이력까지 엄격하게 따진다. 의료 선진국일수록 관리감독이나 규제가 까다로운데, 보툴리눔 톡신 균 1g으로 100만명이 사망할 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국제 톡신 학회장을 맡고 있는 기암피에트로 스치아보 런던대 세포신경생물학 교수는 "선진국들은 보툴리눔 톡신이 생물무기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절대적인 규제 대상으로 선정하고 관리 감독한다"며 "한국은 이에 대해 관리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치료 및 미용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을 공동 개발한 에릭 존슨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 세균학과 교수는 "허술한 보툴리눔 녹신 관련 규정이 한국의 세계적 업계 명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선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와 한국미생물학회,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등이 입장문을 통해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1월 "고위험병원체인 보툴리눔톡신 균주 분리 기업들은 썩은 통조림 캔, 토양 등 출처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보톡스 원료 보유를 신고할 수 있어 문제"라며 "감염병 예방·관리와 생물무기 안전성 제고를 위해 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안전관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로 강화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기업의 신고 규정과 당국의 현장조사 실시 권한이 포함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툴리눔 톡신 기업은 균주를 확보하기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는 셈이다.

업계에선 보툴리눔 톡신 안전관리 수준이 엄격해져 안전성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보다 확실한 안전관리를 위해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당국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안전관리 수준을 끌어올린 데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보툴리눔 톡신은 위험성이 큰 만큼 균주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유전체 염기서열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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