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 빅데이터는 자본주의 산물이지만

  • 입력 2020.02.16 10:00
  • 수정 2020.02.16 08:10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자본주의의 산물이 사회주의적 기능을 한다. 카드사 거래데이터의 쓰임새를 이렇게 빗댈 수 있겠다. 14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나흘째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카드사는 확진자 이동경로를 파악해 전달함으로써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국내 8개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는 질병관리본부에 카드결제 정보를 1시간 이내에 제공할 수 있도록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고 24시간 근무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카드사 거래데이터는 업종·지역별 제한이 없고, 전자적 지급결제 수단이기에 실시간 수집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보건당국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와 접촉자를 확인하고 방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대하는 것뿐 아니라 국민들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 역시 카드사 빅데이터에 담겨 있다.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형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언택트 소비'는 최근 급속 확산하고 있다. 8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설 연휴 직후 일주일간 온라인 결제액은 2조5087억원으로 지난해 설 연휴보다 44.5% 늘었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카드사 중 앞서서 언택트 소비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가맹점 15곳의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0대가 언택트 관련 가맹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2년 사이 500% 가량 증가했다. 이런 결과에 비춰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전 연령대로 언택트 소비가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카드사의 데이터는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다보니 신뢰도가 높은 무결성을 갖추고 있다. 즉 사회적 가치 창출과 상품·서비스의 고부가가치화가 모두 가능한 혁신의 재료다.

향후 카드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분야도 데이터 사업이다. 정부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결제부문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고객 동의 하에 다양한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맞춤형 자산관리와 상품 등을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개인신용평가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의 시간·장소·취향에 따라 맞춤 혜택을 추천하는 디지털 생활플랫폼 '신한페이판(PayFAN)'으로 1000만 고객을 넘어섰으며, BC카드는 국내 금융분야 최초의 데이터 거래소를 열고 소상공인들에게 인공지능(AI)으로 창업성공 가능성을 예측,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데 맞춰 정부는 국내 데이터산업의 규모를 10조원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증권업계에서도 데이터 경쟁우위를 가진 카드사가 본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열렸다.

다만 금융기관에서 제3자로의 데이터 전송 과정이 수반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카드사에 확실한 인증·보안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핀테크업체에 비해 카드사의 과도한 규제를 풀고 '동일산업·동일규제' 원칙을 준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공정한 판을 깔아주면 혁신 금융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데이터 경제는 기업들이 발전시킬 수 있다. 카드사가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경쟁을 벌이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소비생활에서 혜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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