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품는 제주항공, 득인가 독인가

  • 송고 2020.03.02 16:47
  • 수정 2020.03.02 16:47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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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 인수로 국제선 점유율 12.6%로 '껑충'

이스타,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수익성 개선 시급

"장기적으로 막대한 자금 필요…중복 사업·유휴 인력 조정 불가피"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이 5위 이스타항공을 최종 인수한다.ⓒ제주항공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이 5위 이스타항공을 최종 인수한다.ⓒ제주항공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이 5위 이스타항공을 최종 인수한다. 항공 업황 악화와 계약 지연으로 인수 무산설이 무성했지만 결국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LCC업계에서 독보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항공업계 전체 2위 아시아나항공을 넘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대감 이상으로 우려도 나온다.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상당한 자금 투입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이스타항공의 모회사 이스타홀딩스 지분 51.17%(497만1000주)를 545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금액 545억원은 지난해 12월 인수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합의했던 금액 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아진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당초 금액보다 인수금액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당초 지난달 28일 인수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실사와 협상이 지연되면 인수계약이 계속 미뤄졌다. 여기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항공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숱하게 나왔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현재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시장 상황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 사간의 양보를 통해 가격조정을 이뤄냈다"며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으며 운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양해각서 체결과 동시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약 430억을 취득예정일자인 오는 4월 29일에 전액 납입하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LCC업계에서 독보적 1위로 발돋움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9.3%로 LCC 1위, 항공업계 전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3위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점유율은 3.3%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합산 점유율은 12.6%가 된다.

이에 2위인 아시아나항공(15.3%)과 격차를 기존 6%p에서 2.7%p로 좁히며 바짝 뒤를 쫓게 된다.동시에 LCC 2위 진에어(5.6%)와 격차를 기존 3.7%p에서 7%p로 대폭 늘리게 된다.

항공기 보유 대수도 기존 45대에서 68대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2위 아시아나항공(86대)과 격차를 좁히고 경쟁자인 티웨이항공(28대), 진에어(27대)의 2배를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잔뜩 떠안게 됐다. 우선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원, 결손금 266억원으로 자본잠식률 47.9%를 기록했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것이다. 부채비율도 484.4%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 수요 급감으로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329억원을 입었다.

게다가 일본 대체노선으로 중국, 동남아 노선을 확대해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방문자 입국금지 국가가 늘면서 운항 중단과 감편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을 비롯한 대부분 항공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진 월급 반납, 전 직원 무급휴직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액 150억원을 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장기적으로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야 하는데 지금 항공업계는 돈을 못 벌고 있고 실적 회복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계약금 115억원을 날리더라도 인수를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열악한 수익성도 문제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분기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아직 작년 실적이 공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실적이 안 좋은 이유는 타사 대비 탑승률이 낮고 여객단가도
낮기 때문"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수적인데 제주항공이 이러한 점을 해결할 월등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 양 사의 경영 형태와 인력 배치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완료 이후 독립된 각자회사로 운영할지, 하나의 회사로 흡수합병할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업 결합형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며 양 사 인수합병 이후 시너지를 감안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며 "항공사 운영에 필요한 필수인력이 있기 때문에인력 구조조정은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중복 사업부와 유휴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FSC(대형항공사)가 LCC를 인수한 게 아니라 같은 LCC끼리 합병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모델이 상당 부분 겹친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조업 등 사업모델이 같은 자회사는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되고 객실 부문 등 유휴 인력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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