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불판에 변액보험 '손절'...일본 전철 우려

  • 송고 2020.03.18 16:19
  • 수정 2020.03.18 16:19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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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변액보험 원수보험료 6.1% 감소…순자산 100조원대 깨져

소비자 민원·불완전 판매 증가세…日 인식 악화로 수요 사라져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퇴직연금보험 원수보험료는 24조6387억원으로 2018년 대비 7조7662억원(46.0%) 증가한 반면, 변액보험은 17조6873억원으로 1조1472억원(6.1%) 감소했다.ⓒ픽사베이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퇴직연금보험 원수보험료는 24조6387억원으로 2018년 대비 7조7662억원(46.0%) 증가한 반면, 변액보험은 17조6873억원으로 1조1472억원(6.1%) 감소했다.ⓒ픽사베이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변액보험 자산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보험 가입자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진 탓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퇴직연금보험 원수보험료는 24조6387억원으로 2018년 대비 7조7662억원(46.0%) 증가한 반면, 변액보험은 17조6873억원으로 1조1472억원(6.1%)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전직하하며 이런 추세는 더욱 악화됐다. 이달 13일 기준 변액보험 순자산은 91조1616억원을 기록해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말 기준 변액보험 순자산은 105조387억원에 달했는데, 2주만에 10조원 넘는 순자산이 빠진 것.

변액보험은 최저보증기능을 통해 투자리스크의 일부를 회사가 부담하지만, 투자실적에 따라 보험금 및 해지환급금 등이 매일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증시 급락에 소비자들이 변액보험을 '손절'하는 것이다. 변액보험 7년 평균 유지율은 30%도 안 된다.

소비자 민원도 증가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변액보험과 관련해 생보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125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변액보험 신계약 대비 불완전판매 건수 비율은 0.27%로, 같은 기간 생보업계 상품 전체 불완전판매 비율이 0.10%인데 견줘보면 두 배 이상 높다.

주식시장 침체 속 부실판매로 변액보험에 대한 수요가 사라져 실패했던 1990년대 일본의 전례를 반면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은 일본생명, 제일생명 등에서 부실판매로 인한 소송이 빈발한 여파로 변액보험의 이미지가 악화됐고, 소송 등으로 곤혹을 치른 회사 및 설계사들이 변액보험 판매를 점차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돼 변액보험의 판매가 확대될 수 없었다.

우리나라 변액보험 관련 민원사례를 보면, 단기 저축성 상품으로 알고 가입했으나 만기가 되기 전에 해지할 경우 원금을 손실할 수 있음을 뒤늦게 인지하거나, 가입 당시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이 차감된다는 점, 납입보험료 대비 수익률과 펀드수익률이 다르다는 사실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입한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니즈 충족 및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가진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불완전판매를 철저히 배제해 고객에게 변액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정립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변액보험 가입 전 사업비, 펀드 수익률 등을 보험회사 및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비교해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가입 후에는 펀드자동배분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서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단기 해지시 환급률이 매우 낮을 수 있으므로 보험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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