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예고 대출금리, 소비자 체감 '감감' 왜?

  • 송고 2020.03.24 11:10
  • 수정 2020.03.24 11:13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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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 급상승 하면서 혼합형 주담대 상승 기현상…기준금리 하락에도 0.16%p 치솟아

수신금리, 한은 빅컷 영향에 변동형 주담대는 하락전망…갈아타기 시 전문가 상담 요구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대로 떨어졌지만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연합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대로 떨어졌지만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연합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대로 떨어졌지만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금융채 급상승에 오히려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는 기현상도 벌어지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낮췄지만, 시중은행들은 상품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린 연 0.75%로 조정했다.

현재 은행들은 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 폭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인하 시기와 인하 폭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 규모가 0.50%포인트로 통상적 수준보다 커 인하시점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다음 달 초부터 시중은행들이 상품 금리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채와 연동된 주담대 금리는 거꾸로 오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우려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담대 금리와 연동된 금융채 금리가 급상승 하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혼합형(5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지난 16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3일 적용 기준 신한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2.72~3.73%로 지난 16일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은 0.30%포인트 오른 2.44~3.94%, 우리은행은 0.16%포인트 오른 2.59~3.59%, 농협은행은 0.15%포인트 오른 2.42~3.83%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20일 기준 2.63~3.93%로 16일(2.50~3.80%)보다 0.13%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와 연동된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1.312%까지 하락했던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19일 1.672%로 상승했다. 20일에는 1.627%였다. 16일 기준금리 인하 당일 금융채 금리는 1.444%로 전날보다 0.081%포인트 하락했다가 18일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금리 역시 내려가지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융채까지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채권 금리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달에만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내리는 '빅컷(큰 폭의 금리인하)'을 단행했다. 이후 국내 은행채 금리는 이달 초 1.405%에서 지난 9일 1.312%까지 빠졌다.

미국의 빅컷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런 기대감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은행채 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간 상황이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서 주담대를 받으려는 고객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대출 갈아타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 인하 조정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크게 하락했다. 코픽스는 정기예금·정기적금·상호부금·주택부금 등 국내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17일부터 적용된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를 0.11%포인트 내렸다. 신(新)잔액기준 코픽스는 1.44%로 0.03%포인트 하락했고, 기존 잔액기준 코픽스(1.72%) 역시 0.03%포인트 내려 11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렸다.

이에 국민은행은 2.64∼4.14%로, 우리은행은 2.83∼3.83%로, 농협은행은 2.57%∼4.18%로 각각 조정했다. 신잔액기준 코픽스와 연동하는 주담대 금리의 경우 국민은행은 2.80%~4.30%로 0.03%포인트 낮췄고, 우리은행은 2.84%~3.84%, NH농협은행은 2.58%~4.19%로 각각 0.03%포인트 내렸다.

다음 달 코픽스의 하락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픽스는 매월 15일 기준으로 발표되는데, 코픽스 금리가 이미 낮아진 상황에 한은의 기준금리 '빅컷' 효과는 다음 달에 추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대출 갈아타기' 행렬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지난해 금융당국이 금융 지원 상품으로 내놨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1.85~2.20%)보다 낮아질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금리에 상반된 전망이 난무하고 있는 데다 시장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 대출금리가 얼마나 달라질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며 "대출 갈아타기에는 금리 전망 뿐만아니라 수수료 같은 부대비용도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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