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넘기니 선분양 규제"…건설업계 부실벌점제 속앓이

  • 입력 2020.03.25 10:02
  • 수정 2020.03.25 10:04
  • 임서아 기자 (limsa@ebn.co.kr)

평균 계산→합산 방식 변경, 대형건설사 불리

건설업계 반발…20개사 중 15곳 선분양 막혀

서울 한강 인근 아파트촌 전경, 본문과 무관함.ⓒEBN서울 한강 인근 아파트촌 전경, 본문과 무관함.ⓒEBN

정부가 건설사의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부실 벌점제 개정을 추진하면서 건설업계가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개정안은 기준이 불합리하고 벌점이 쌓이면 선분양 시기에 제한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에 이은 또 다른 규제인 셈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0일 부실벌점 산정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중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일부 미비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업계와 간담회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구체적인 보완내용 및 시기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보면 기존에 건설사가 부과받은 벌점을 점검받은 현장수로 나누는 평균 방식이 단순 더하는 합산 방식으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벌점이 늘어나게 된다.

벌점을 1점만 쌓아도 주택 선분양 제한 범위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 9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부실벌점에 따라 선분양 시기를 제한했다.

벌점이 1점∼3점 미만인 경우 전체 동 지상층 기준 각 층수 가운데 3분의 1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에 분양할 수 있다. 3점∼5점 미만은 3분의 2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 5점∼10점 미만은 전체 동의 골조공사 후, 10점 이상은 사용검사 이후 분양을 할 수 있다.

서울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본문과 무관함.ⓒ데일리안DB서울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본문과 무관함.ⓒ데일리안DB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시공능력평가 상위 20대 건설사의 75%에 달하는 총 15개 업체가 선분양이 제한된다. 연간 1만∼2만가구 이상씩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들이 대거 후분양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은 금융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상승 및 하락에 대한 위험이 커진다"며 "분양자들에게 받은 자금이 아닌 사업자가 스스로 자금을 만들어야 하게 되면 건설사나 조합원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벌점제도 개정안은 부실공사 예방을 위한 취지지만 사실상 부실에 대한 사후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벌점제 카드를 꺼내 후분양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비상사태로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야 하는 시점에서 과도한 규제는 건설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건설기술진흥법 상 벌점제도 개정안의 문제점 및 실효성·공정성 제고방안' 보고서를 통해 "부실시공 예방 목적을 벗어난 처벌 위주의 과도한 제재는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설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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